기후위기 관심 높아지며 지역과 시민 역할 확대 추세
국내외서 다양한 참여 두드러져, 시민자산화되는 발전소

서울 목동 소재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옥상에 설치된 양천햇빛공유발전소 전경.
서울 목동 소재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옥상에 설치된 양천햇빛공유발전소 전경.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53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로 인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네치아 3분의 2 이상이 물에 잠기고 한화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루이지 브루냐 베네치아 시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정부가 귀를 기울일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생한 대벌레 집단 발생이나 급격히 증가한 여름철 매미나방 문제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철 전국 평균기온은 3.1℃ 수준이다. 지난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낸 셈이다.

그 결과 겨울철 살아남은 곤충이 늘어나면서 올 여름 평상시보다 많은 개체수의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체감할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인식이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은 기후 변화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그린 뉴딜 통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박차

최근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사회의 구성원인 시민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 역시 최근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지역과 시민이 협력해 그린뉴딜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시민의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이미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업모델이 마련되고 있으며, 정부도 이번 그린 뉴딜을 통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은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비중을 8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 아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114GW 중 약 0.8%에 해당하는 1GW를 넘어서고 있다.

독일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출자해 배당을 받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에 해당 지역 기업이 참여토록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고용을 늘리고 세수 확대에 기여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한다. 에너지에 대한 권리를 지역 주민들이 소유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덴마크 삼소섬 역시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로 전환에 성공한 우수사례다. 전력 수요 100%를 바람이 많이 부는 섬 특성에 맞춘 풍력으로 충당할 뿐 아니라 잉여전력을 수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덴마크 환경에너지부가 개최한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통해 시행된 이 사업을 통해 가구별로 연간 400유로 가량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국내 1호 크라우드 펀딩형 시민태양광사업 실적 보유

한국에서도 다양한 시민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노원햇빛과바람발전협동조합, 남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대구 안심에너지협동조합 등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전기는 한전이 공급하고, 우리는 소비할 뿐’이라는 개념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게 이현주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의 설명이다.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국내 1호 크라우드 펀딩형 시민태양광 사업을 추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합은 소셜벤처 루트에너지와 손잡고, 루트에너지가 자체 개발한 재생에너지 전문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을 통해 발전용량 1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펀딩 상품을 만들어 모집을 시작했다. 총 사업비 1억8000만원 전액을 양천 지역 주민과 시민의 투자를 받아 조달한 것.

공기업과 지역주민, 청년 스타트업이 함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첫 사례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에너지 청년기업 육성과 주민 참여 확대를 위해 목동 본사 옥상 부지를 제공했다.

루트에너지에 따르면 투자 상품은 12개월 만기로 연 수익률이 7.5~8% 수준이다. 총 65명의 투자자들이 1인당 평균 277만원을 투자했고, 1년간 약 23만원의 수익을 가져갔다. 현재 이 발전소는 양천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발전소로 발전했다.

해당 펀딩은 개시 5분 만에 완료됐을 뿐 아니라 현재는 시민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발전소 사례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원전 폐쇄와 기후위기 완화를 추구하겠다는 목적 의식이 먼저 앞서고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또한 확산되면 보다 안정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발전소가 지역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 전기를 판매한 수익을 시민들이 나누고, 지역사회 장학금이나 복지 지원비로 공유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모델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이 관계자는 내다봤다.

최근 다양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발굴을 추진 중인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그동안 일반 시민들이 직접 나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벌이기엔 초기 투자비 조달과 전문성 부족이란 높은 장벽이 있었다”며 “양천햇빛공유발전소의 사례가 재생에너지 발전소 시민자산화 모델의 시금석이 돼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되는 미래가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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