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회 요구 자료 수·발신 국회망만 사용토록 제한

국가정보원이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안강화를 이유로 국회에서 요구하는 모든 자료의 수·발신을 국회 의정자료 전자유통시스템(국회망)만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의정자료 유통 보안강화 조치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모든 중앙부처·지자체에 발송했고, 각 부처들은 산하기관에 이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문 내용을 보면 앞으로 국회에서 의정자료를 요구할 때, 각급 기관은 반드시 국회 의정자료 전자 유통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수·발신하라고 지시했다. 해킹의 위협이 된다며 개인 이메일 활용은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또 국정원은 상용메일로 국회에 제공한 자료가 해킹·자료 유출시, 매년 기관 평가에 포함되는 ‘정보보안 관리실태 평가’에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패널티를 부과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국회 의정자료 전자유통시스템이 대용량 파일이나 엑셀 파일 등은 전송이 어려워 개인 이메일을 통해 발송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어서 자료제출을 두고 국회 협력관들뿐만 아니라 국회 보좌진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정원의 이 같은 조치가 국회의 자유로운 의정활동과 언론의 정보 접근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안을 이유로 국정원이 모든 수발신 자료를 모니터링 해 기관들의 자유로운 자료 제출을 통제함으로써 국회 활동을 제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 자료요구 중 언론에서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서 민감한 정보가 국회를 통해 언론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오히려 점점 비대해지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 강화가 절실하다는 게 국회의원들의 주장이다.

최근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황보승희 의원(미래통합당, 부산중구영도)은 “정부는 국회에 자료제출 의무가 있으나 예외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이나 직무상 비밀 등의 사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해당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이로 인해 행정부에 의해 국회의 견제와 균형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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