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해외사업단 빠졌던 SK이노 참여 검토
에쓰오일 LNG벙커링 진출, 류열 사장 "미래 위험 대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GS칼텍스의 수소 융복합 충전소.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GS칼텍스의 수소 융복합 충전소.

정유업계가 석유 대체연료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수소, LNG(액화천연가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석유시장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전환을 통한 미래 에너지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수입하고, 이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맡는 ‘그린수소 해외사업단’에 SK이노베이션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3일 출범한 사업단에는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단의 주 목적은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수입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를 강력하게 육성하면서 수소에너지의 대척점에 있는 정유업계도 대비 차원에서 수소사업 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40년까지 수소 승용차 275만대, 버스 4만대, 택시 8만대, 트럭 3만대 등 총 290만대 보급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한 2040년 수송용 수소 수요량은 100만t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는 국내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체 수요량의 최대 50%를 해외 그린수소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유업계는 수십년 간의 에너지사업 노하우를 통해 인프라와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어 향후 수소 수입 경쟁에서도 강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의 강력한 경쟁제인 LNG시장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가스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오는 10월까지 LNG벙커링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LNG벙커링사업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연료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박 연료가 석유제품이라는 점에서 볼 때 LNG는 정유사의 경쟁제품인데 이 시장에 정유사가 뛰어 든 것이다.

아직까진 선박 연료로 석유제품 수요가 압도적이지만 앞으로는 LNG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 연료의 황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한데 이어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로 줄이는 추가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은 현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고유황 연료유에 경유를 섞은 저유황 연료유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만으론 2025년 이산화탄소 감축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선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게 에너지업계의 중론이다.

류열 에쓰오일 사장은 “선박 벙커링사업은 연료유를 쓸 것이냐 LNG를 쓸 것이냐가 관건인데 아무래도 시장이 LNG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로선 벙커링시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 위험에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계 석유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위축된 상태며, 하반기부터 어느 정도 회복은 되겠지만 에너지전환으로 하향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보다 908만배럴(9.1%) 감소한 9059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정보업체 우드매킨지사는 2040년까지 석유의 수송용과 석유화학원료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수송용 석유 수요가 2031년 정점에 달하고 이후부터 전기, 수소연료전지, 천연가스 등 청정연료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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