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까지 최소 90일, 비용 천만원 이상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에 중국진출 포기

CCC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마크.
CCC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마크.

다수의 국내 전선업체들이 비싸고 복잡한 ‘CCC인증’에 막혀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 단계부터 포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일 전선업계 관계자는 “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진출을 추진하려 했지만 CCC인증에 걸려 계획을 접었다”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중소 전선업체가 CCC인증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CCC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중국강제인증)이란 중국이 자국의 소비자 및 동식물의 안전, 환경보호 등을 위해 실시하는 강제적 상품검사제도다.

인증대상 제품은 케이블을 비롯해 전동공구, 소형모터, 자동차, 조명 등 20여 가지에 달하며 이를 획득하지 못하면 중국으로의 수출, 통관, 출고, 판매 등이 불가능하다.

전선업계에서 CCC인증을 포기하는 이유는 많은 비용과 복잡한 과정, 오랜 시간 때문이다. 먼저 비용의 경우 제품마다 다르지만 1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향후 제품이 중국시장에서 얼마나 이익을 남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투자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제출서류 또한 복잡하다. CCC인증을 위해서는 ▲신청서 ▲사업자등록증(신청서, 제조상, 생산공장) ▲기타 인증서 사본 ▲일치성 성명서(영문) ▲부품 리스트(CCL) ▲회로도 ▲중문 제품 매뉴얼 ▲중문 명판 ▲계측기, 생산 설비 리스트, 공장 심사 조사표(공장 심사 필요 시) 등 10가지가 넘는 복잡한 서류들을 종류에 따라 영문과 중문으로 제출해야 한다.

여기까지 감수하더라도 처음 ‘인증대상확인여부’부터 시작해 ‘샘플수량 확인 및 발송’, ‘제품 테스트’, ‘공장심사’ 등을 거쳐 최종단계인 ‘마크·라벨 신청발행’까지 약 11단계를 거쳐야 한다. 보통 90일 정도 걸리지만 이마저도 중간 심사 및 테스트의 개선조치로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규모에서 CCC인증을 받기 위해 중문 서류를 작성하는 인력을 두거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이 때문에 업체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공급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CCC인증을 받으려 하는데 인증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되는 까닭에 공급 시기에 맞추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선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인증 획득은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선업체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국내에서 활동하기 위해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오래 걸리지 않지만 CCC인증의 경우 좁은 접수창고에 여러 업체가 몰리는 것처럼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우리 시장과는 다르게 중국이 우회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선업계 관계자는 “비록 지금 단계에서 중국시장이 크지 않고 오픈되지 않았더라도 진출 자체를 어렵게 막아놓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며 “시장에 들어갈 자격은 갖출 수 있도록 하고 경쟁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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