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주민이 반대하고 법적 근거 없는 부산원전안전소통협의회 추진은 중단해야

‘민주주의는 환상이다’라는 진술은 오래된 철학적 논제 중 하나다.

다수결을 통해 도출된 결과가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지지 혹은 과반수를 넘겼다는 이유로 100%를 다 가져간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1% 지지라면 51%만 가져가는 것이 타당한데 다수결에 의하면 100%를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수결보다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논의에 민주주의를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원자력만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드러나는 분야도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와 환경론자들은 원자력을 반대하고 보수와 성장론자들은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원자력이 LNG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훨씬 적어 나름 기후변화에는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25일 부산시에서 추진 중인 부산원전안전소통협의회(이하 협의회) 1차 회의가 기장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기장군에는 고리원전안전협의회, 고리원전본부소통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가 나름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활동 중에 있다.

그러나 이번에 무산된 협의회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소통을 많이 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타당한 말이다. 민주적 통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한수원 직원과 공무원을 제외하면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협의회 구성원 중 1명인 부산시 4급 공무원은 환경단체 출신 임기제 공무원이다. 한수원 임직원을 제외하면 원자력 전문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잔소리꾼이 생길 수 있어 불편하지만 내색을 못하고 있다.

기장군과 부산시의 의견이 동일하다면 협의회는 의미가 없디. 의견이 대립된다면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지금 기장군수는 무소속이지만 단체장이 같은 당이라면 광역지자체장과 기초지자체장은 당내 힘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당이 다르다면 자기가 속한 당의 입장만 대변할 수도 있다.

고리1호기 해체 관련 주민설명회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장군 내에서 열리는 설명회와 해운대 설명회를 비교하면 참석하는 사람의 숫자는 물론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기장군민이 원전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과 관심은 이웃 해운대를 능가한다. 그런데 협의회에서 기장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기장군 원전안전과장 1명뿐이다. 그 공무원이 지금은 기장군 소속이지만 부산시청 혹은 다른 구청으로 발령날수도 있기 때문에 기장군을 위해 어느 정도 소신 발언을 할지도 의문이다.

부산시에서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부산시 원자력안전과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무슨 정보 공개가 필요하냐”고 반박한다.

부산시 현 원자력안전팀장(5급) 인사와 관련 말들이 많았다.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자리에 기존 팀장이 탈락하고 원자력전문가로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인물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당시 면접관으로 탈핵인사가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부산시가 시민의 안전이 진심으로 우려된다면 소통이라는 미명하에 협의회를 고집하기보다는 원자력 전문가를 팀장으로 선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기자이기 이전에 해운대에 사는 부산시민으로서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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