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에너지 산업계가 겪는 4가지 딜레마 해소에 역량 집중”
재생에너지 기반의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 에너지 통합관리체계 마련
풍력설비 설치・관리 역할 확대 ‘탄소제로섬’ 위한 조직 역량 확보
‘기술경영・현장경영’ 강화 신사업기획단 신설 등

제주에너지공사가 지난 3월 취임한 황우현 신임 사장 체제를 맞이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제주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및 운영이 주된 업무였던 공사는 20여 년 이상 에너지 분야에 종사해 온 전문가인 황 신임 사장과 함께 보다 다양한 에너지 솔루션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탈바꿈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직원들의 신임도 크다. 제주에너지공사 한 관계자는 “이미 모든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는 평과 함께 직원들이 망설임 없이 업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전보다 업무강도가 늘었다는 평가도.

지난 7일 황 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에 본지는 지난 100일간의 소회와 함께 앞으로 제주에너지공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의 방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방문객을 반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추진 방향을 논의한 내용으로 가득 찬 화이트보드는 황 사장의 트레이드 마크와 다름없다. 과거 한전 스마트그리드사업처장부터 서울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시절까지 늘 그의 방 한편에 놓여 있는 물건이다.

“회의를 하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10명이면 10명 각각 다 다르게 받아들여요. 그래서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눈으로 볼 수 있게끔 설명해주고 거기서 나온 의견들을 정리하죠. 이걸 하나하나 보완해 큰 그림을 만드는 겁니다.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사업방향이나 기획을 한 번에 잡아가니 없어선 안 될 물건입니다.”

한전에서 정부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한 축을 맡으며 제주 스마트그리드실증사업, 가파도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사업, 한전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화력발전 주파수조정(FR)용 ESS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주관해 온 전문가인 그는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모두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우선 직원들과 같은 컨센서스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고 황 사장은 전했다. 지난 100일간 가장 중요시한 작업이다.

그는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제주에너지공사라는 거대한 붓의 끝을 가지런히 모으는 작업에 힘썼다

“지난 100일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다양한 직원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지속적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었죠. 이를 통해 직원들이 한 비전을 공유하고 바라보게끔 했습니다.”

황 사장은 제주지역 에너지 업계가 현재 4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각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 4개의 딜레마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제주 지역 에너지 업계에 커다란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문제는 발전출력제약이다.

제주 지역은 관광 수요 감소로 인해 전력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8년 95만kW까지 치솟았던 최대전력수요는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0만kW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황 사장의 설명이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발전출력제약 현상의 주원인이다.

지난해 재생에너지에 내린 발전출력제약 명령은 총 46회 정도다. 올해는 그 두 배 정도 될 것이라는 업계의 추정이 나오는 상황이다.

두 번째 딜레마는 최근 급격히 하락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다. 지난 2017년부터 급락하고 있는 REC 탓에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딜레마로 수익감소로 인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같은 악재 속에서 민간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황 사장은 지적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의 참여가 중요한 만큼 이 문제는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확충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임진왜란을 생각해보세요. 관군의 힘만으로는 외세의 침입에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의병들이 들고 일어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웠죠.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예요. 민간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충은 반드시 한계를 보입니다.”

네 번째 딜레마로는 전기차를 지목했다.

전기차가 제주도 기준으로 지난해 1만9000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차가 계통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수용성 문제와 피크상승 문제가 현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4가지 딜레마는 과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스마트그리드 초기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다. 계통 수용성 문제 등은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처럼 급부상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황 사장의 설명이다.

“이 4가지의 복합적으로 얽힌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지금 고민하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최근 제주도가 겪는 문제는 앞으로 육지에서도 똑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될 겁니다. 제주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육지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이와 관련 황 사장은 우선 에너지 중심의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을 제안했다.

통상적인 스마트시티와 달리 재생에너지 기반의 스마트에너지시티를 구축함으로써 에너지에 대한 통합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전기차가 부하이면서 전원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수요와 공급에 맞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거나 방전하게 하는 등 최적점을 찾아낸다면 제주 지역에 직면한 에너지 산업의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그동안 그가 진행해 온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비롯해 서울과기대에서 준비해 온 스마트에너지타운 모델을 실제 현장에 구현해내는 일이 될 전망이다.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임기 3년 동안 그가 평생에 걸쳐 쌓아온 실적을 풀어낼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큰 그림만 그렸고 구체적인 방향은 정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최근 스마트에너지시티 추진위원회를 구성 중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상에서 가스나 석유가 하던 일을 전기가 대체하기 시작했죠. 집을 시작으로 사무실과 공장 등이 모두 전환과정을 거칠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에너지시티를 계획하는 거죠.”

그는 또 “최근 국내에서 부분일식이 일어났을 때 전력수요가 175만kW가 늘었다. 바꿔 말하면 일상적인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이 그만큼 전력계통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얘기”라며 “재생에너지 기반의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을 통해 새로운 운영체계를 만들어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타이밍이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풍력설비 설치와 관리 중심으로 운영돼 온 회사의 역할을 한층 확대함으로써 제주도가 꿈꾸는 탄소제로섬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조직 역량을 확보하는 데도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열린 경영이라는 방침 아래 기술경영‧현장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풍력 사업소 인근에 출장소를 두고 순환근무형태로 직원들을 배치했다.

현장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고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또 내부에 신사업기획단을 신설, 기존 공사의 사업들을 기술기반으로 새롭게 기획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할 제주 지역의 에너지 산업 기반을 다져낸다는 복안이다.

“마음이 바쁩니다. 제주 지역의 에너지 산업은 현재 위기 상태거든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똑같이 겪게 될 일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 에너지 시장까지 선점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길은 물론 괴로울 겁니다. 마치 마라톤 대회의 선두주자처럼 1등을 지키기 위한 힘든 싸움을 홀로 계속해야겠죠. 하지만 우리 공사뿐 아니라 시장의 여러 사업자와 지자체, 정부 등이 함께한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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