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구원 이차전지 분야의 ‘살아있는 화석’
엔트로피 측정 신기술 저명 학술지 ‘일렉트로케미카 악타’ 통해 세계적인 관심

도칠훈 연구원이 전기연구원 전지시험동에서 배터리의 열화학 특성 측정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도칠훈 연구원이 전기연구원 전지시험동에서 배터리의 열화학 특성 측정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차전지가 산업적으로 중요시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까지 배터리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LG화학이 비(非)일본 기업 최초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청주에 리튬이온(Li-ion)이차전지 공장을 건설했고 이듬해 삼성SDI가 천안에 공장을 건설했다.

1980년대 전 세계가 이차전지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일본 소니에서 1991년 이차전지 상업화에 성공한 것에 비하면 한국은 암흑기였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1990년대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보다 뒤처진 분야로 항공 산업과 배터리를 꼽을 정도였다.

1990년대 초반 전기연구원에서도 불과 3명의 연구원을 시작으로 리튬이차전지의 탄소계 음극활물질, 유기용매의 유기전해액, 전지의 설계와 제작, 전지 특성의 평가 등 기술 전반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들 중 한 명이 도칠훈 책임연구원이다. 함께 근무했던 다른 연구원들은 퇴사하고 도 연구원만 전기연구원에서 이차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도 연구원의 전공은 공업화학으로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한 심상철 경북대 교수가 지도교수다.

국가 간 특허 분쟁에서 우리 측 변호사들은 국내에 이미 그런 기술이 존재해 있었다는 사실을 찾고 주장해야 한다. 전기연구원의 일부 특허들이 방패로 사용됐다는 말이 들리는 것을 보면 도 연구원이 한국의 배터리업계에 기여한 바가 적지는 않아 보인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KERI 캠퍼스 교수로도 활동 중인데 지난 2014년에는 최우수교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ESS용 중대형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신개념 엔트로피 측정기술 개발’로 전기화학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 중의 하나인 ‘일렉트로케미카 악타’에 실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 지난해 큰 관심을 받은 엔트로피 측정기술은 어떤 기술인지

엔트로피란 온도와 배터리 전압과의 변화 관계를 축약하여 나타내는 지표다. 배터리의 개발 단계에서 정확한 엔트로피를 기반으로, 적정한 열-전기-화학적 설계를 적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수명이 향상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고성능 에너지 저장원인 배터리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분출이 잠재되어 있어서 다중의 방법으로 안전장치를 구성하여 실용하고 있다.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는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방출될 수 있으며, 충전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배터리가 아닌 통상의 재료에서는 조성이 고유하기 때문에 엔트로피를 상수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배터리의 방전에서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와 이온이 이동하고 충전에서는 그 반대로의 이동이 일어나면서 음극활물질과 양극활물질의 산화상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재료의 상태가 변동함으로써 양극과 음극 그리고 이들의 복합체인 배터리의 엔트로피가 지속적으로 변동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엔트로피를 측정하는 기존의 방법은 배터리의 온도를 올려서 평형에 도달한 상태의 전압을 측정하는 방법이었다. 구간을 나누는 한계로 연속적인 온도 변화의 엔트로피를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새롭게 제시한 방법은 전지를 일정 온도를 올린 후 서서히 냉각되도록 하고 전체 냉각 시간 동안의 온도와 전지전압을 측정해 연속적인 온도 변화에 대한 엔트로피를 구해 측정의 정확성과 시간의 효율성을 향상했다.

▶ 엔트로피 측정기술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휴대 전화로 장시간 통화를 하다 보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다. 배터리의 방전으로 발생한 열에 의하여 온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대용량 집합전지의 경우에는 집합의 특성과 이들 집합전지가 보호함의 내부에 위치해 충전과 방전에 따라 발생한 열의 방열이 어려워서 지속적으로 배터리의 온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집합에 따라서 에너지의 집적량이 증가한 부분과 집적과 폐쇄 구조에 따른 방열의 어려움 등은 배터리의 안전 사용 환경을 보다 어렵게 만들고 있다. 리튬이차전지는 유기전해액을 사용하는 특성 등으로 인하여 비열이 물에 비교하여 1/4 수준이다 이는 동일한 열량으로 물보다 온도가 4배 높이 상승한다는 의미로서 열을 잘 받는다는 표현이 된다. 근래에 대용량 직병렬 집합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와 ESS(energy storage system)의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 뉴스를 마주하면서, 전지에 대한 열화학 분야의 연구 추진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됐다.

▶ 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어떻게 극복했는지

우수한 전지 시스템은 높은 에너지밀도와 긴 수명이지만 안정성도 담보돼야 한다. 배터리 발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전지의 문제이다’라는 주장과 ‘전지는 원래 발화성을 잠재하고 있으니, 제어 장치가 정확히 작동하여야 한다’라는 주장이 모두 가능하다.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특성을 규명하는 일은 우리 센터에서 할 수 있는 분야이며, 전기연구원과 정부의 연구지원 덕분에 전지의 열화학 특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 추진해 나아가고 있다. 관련 분야 연구는 지속돼 ‘다중물리 전산해석’과 ‘ESS 안전성 향상’ 등의 분야로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엔트로피의 측정 결과를 적용하여 정전류 충방전에 대해 열해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용해석으로서 내부단락이나 외부단락을 포함하는 정저항 해석과 정출력 해석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직렬과 병렬로 연결하게 되면 배터리의 연결에 따른 배터리와 배터리 간의 추가적인 저항의 발생과 방열의 방해로 인해 전지 특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배터리 응용에 대한 분야로 엔트로피 연계 기술을 확장 적용할 수 있다.

▶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배터리 기술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리며, 엔트로피 측정법이 배터리와 전기 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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