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위원장 “재검토위 실패, 재구성 필요” 주장에 산업부 “‘불공정’, ‘반쪽 공론화’ 평가 유감”
산업부는 현 체제로 차질없이 구성한다는 방침...위원 줄사퇴 막을 수 있을까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재검토 ‘첩첩산중’

정정화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재검토 정책이 ‘시계제로’의 상태에 놓이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앞으로도 위원회 의견수렴 과정이 당초 계획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진행할 계획”이라며 위원회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위원장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해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을 사퇴하기로 했다”며 “시간과 예산만 허비한 채 결론도 내지 못하고 물러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이뤄진 공론화가 ‘반쪽 공론화’였다는 지적으로 시작한 재검토위 역시 반쪽 공론화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재검토위는 실패했다’는 판단하에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재검토위가 지난 3월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반쪽 공론화 문제가 지적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곳곳에서 주민설명회가 파행하는 등 재검토위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나름의 신념과 철학으로 재검토위에 참여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며 “산업부는 그런 신념을 가진 분들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극단적인 분들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같은날 설명자료를 통해 그간의 모든 노력이 시민사회계의 불참을 이유로 불공정하다거나 반쪽 공론화로 평가받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탈핵시민사회계가 정작 공론화 과정에 참여를 거부하고 토론장 밖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검토위 논의체계는 항상 열려 있다”며 “의견수렴 절차에 탈핵시민사회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탈핵시민사회계는 재검토위 체제에서의 모든 논의를 거부하며 불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달 중 진행될 전국·지역 단위의 종합토론회 모두 한쪽 의견만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정 위원장은 공론화의 기본원칙인 ▲숙의성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 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지금 그만두면 저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위원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지만 공론화 원칙을 위배하면서 끝까지 간다면 의도적이고 작위적이고 산업부 의도대로 하는 것이므로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재검토위는 치열한 내부논의와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합의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위원회 의견수렴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검토위에 이해당사자를 포함하는 것을 두고 양론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기 어려워진다는 의견과 이해당사자가 포함되지 않아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 왔다.

정 위원장도 사퇴하면서 “재검토위 준비단에서 위원회 구성을 중립적으로 할지 이해당사자 중심으로 할지 결론 내지 못해 산업부가 중립적인 구성을 밀어붙였다”며 “사용후핵연료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던 재검토준비단에서 위원회 구성방식에 대해 정부에 위임했고 중립인사로 구성했다”며 “그간 위원회가 결정한 원칙에 따라 시민참여단 구성·숙의 절차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견수렴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검토위가 실패했다’는 정 위원장의 주장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산업부의 의지가 부딪히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재검토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이해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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