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공구별 참여사 제품 상호 호환 중요성 외면…공급선 다변화 必”

전라선 노선도(빨간색 선)
전라선 노선도(빨간색 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최근 발주한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 KTCS-2 시범사업과 관련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시범사업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됐다는 비판론이 등장했다.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은 열차 운행의 핵심장치인 신호시스템이 국내철도에서는 외산 의존도가 높은 데 따라 이로 인한 폐단을 막고 철도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 국책 R&D 과제로 개발한 결과물이다. 지하철과 같은 도시철도 분야는 KTCS-1로, 일반·고속철도 분야는 KTCS-2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KTCS-2 개발과제에는 LS일렉트릭, 대아티아이, 서우건설 등 3개사가 무선폐색센터(RBC) 분야에 참여했다. 3개 회사 모두 지난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독립안전평가기관(ISA)으로부터 안전성 최고 등급인 GA(General Application) SIL 4를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개발 기간은 2014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이며, 투자비용은 339억원이다.

철도시설공단이 올해 3월 발주한 KTCS-2 시범사업은 전라선을 시범사업 구간으로 선정해 3개 공구로 나눠 발주한 사업이다. 국내 철도시장 활성화와 해외시장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이 목표다. 3사가 각자 개발한 제품을 상업 운전노선에 투입해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고 개발사 제품 사이의 상호 운영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가 예산 310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은 분할 발주를 통해 R&D 개발 참여사 장비 사이에 상호 운영 가능성을 확인, 유럽 신호 시스템 표준화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지 사전에 시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데 실제 입찰 결과는 분할 발주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1개 회사가 3개 공구를 모두 수주한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시범사업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오히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한 업체의 독점 구도 형성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됐다”며 “철도시설공단의 발주방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업 낙찰자 선정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기술점수 80점, 가격점수 20점을 합산, 고득점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기술평가위원들의 기술점수가 수주 당락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되는 평가 방법이라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많은 철도 전문가들도 시범사업 취지와 목적을 고려할 때 이번 시범사업의 낙찰자 선정방식이 적절했는지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시범사업 본연의 취지에 맞게 개발 3사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3개 공구로 나눠 1사 1공구 제도를 도입하거나 낙찰자 선정 방법을 규격/가격 분리 입찰로 진행, 규격적격자 한정으로 최저가 투찰자를 선정했다면 공정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협상에 의한 계약 평가 방법을 적용하는 방식은 이제 막 R&D 개발에 성공해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제품을 이해도가 낮은 심사위원들이 기술평가를 통해 순위를 정하기에는 독점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 또한 이번 사업 발주를 위한 기본설계 보고서에서 1사 1공구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검토했다”면서 “정작 이를 이번 입찰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월 사전규격공개 시 안전성(RAMS) 신뢰성에 대해 국제규격에 상응하는 수준을 요구한 가운데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개발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RAMS 신뢰성을 하향 조정해 입찰을 공고했다”면서 “공교롭게도 하향 조정 요청한 업체가 3개 공구 모두 수주해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RAMS 신뢰성은 국제표준에 따라 열차 운행 중 고장 발생 빈도를 계산한 것으로 제품의 기술력과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1월 사전 규격공개에서 국제철도표준에서 적용되는 기준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은 시범사업의 본 취지와 목적에 부합 할 수 있도록 이번 시범사업을 완벽히 관리·감독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면서 “향후 사업에서는 특정 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고 공급선(線) 다변화를 통해 철도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