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전기공사공제조합 법무팀장(변호사)
이경준 전기공사공제조합 법무팀장(변호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계약만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수급인은 도급인과 비교해 일반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을’의 위치에 있는 데다가 건설업계의 장기불황으로 인한 수주 경쟁으로 인해 수주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도급인에게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지 못하고 공사부터 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최초계약보다는 변경계약, 추가공사계약의 경우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두계약의 경우 수급인이 계약 내용에 따라 공사를 했음에도 도급인이 계약 체결 사실을 부인하며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하거나(특히 추가공사계약), 계약 체결 사실은 인정하지만, 계약서가 없음을 핑계로 공사대금 지급을 지연해 수급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이 있어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할 때 가장 근본적인 권리구제 수단은 공사대금 청구 소송이지만 소송의 경우에는 실제로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소송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는 점, 도급인은 어차피 줄 공사대금이라 소송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습니다.

전기공사업법 제12조는 계약을 체결할 때 금액, 공사 기간 등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하며 서명·날인한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아 보관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계약서 작성 의무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전기공사업법 제46조)에 불과해 실효성이 크지 않습니다.

반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비교적 강력한 제재 규정을 두고 있어 효율적인 해결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하도급법 제3조는 건설위탁을 하는 경우 도급인으로 하여금 공사대금, 그 지급 방법 및 지급기일 등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위탁에 따른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작성해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공사대금을 위 하도급법에서 정한 기일 안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계약서 작성 의무, 공사대금 지급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시정명령, 과징금(하도급 대금 2배 이하), 벌금(하도급 대금 2배 이하) 등으로 조치토록 하고 상습위반자의 경우 입찰 참가 제한, 영업정지 요청과 같이 강력하게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법인뿐만 아니라 대표자와 담당자까지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까지 두고 있습니다.

이같이 하도급법은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비교적 강력하게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고 있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을 신고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방법론상으로는 우선 해당 법인과 대표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는 점을 도급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통지하여 임의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해 보고 그래도 지급하지 않으면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