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정주여건 인력운용 등 종합적 고려”
2018년 통근버스 운행비로 7392만원 지출

울산 중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6년 차를 맞는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조용성)이 현재 ‘부산 원정출근족’을 위해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출하면서 통근버스를 운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균형발전과 인구분산이라는 공공기관 이전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한 국가정책연구기관 에경연은 타 지역 출근 직원을 위한 통근버스를 운행 중이다.

2017년 이전에는 서울, 부산 두 곳의 통근버스를 운행을 위해 매년 1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출했으며 2018년 이후에는 예산 부족으로 부산 거주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만 운행했는데 2018년 경상비 명목으로 7392만원. 지난해에는 4200만원을 지출했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수년째 현지에 정착하지 않고 타지에서 출퇴근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조성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울산에서 터져 나왔다.

에경연이 ‘무늬만 울산혁신도시 이전 기관’인 셈이다.

지역주민들 간에도 울산혁신도시 출퇴근 직원이 많은 탓에 혁신도시 조성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하다.

울산시에서는 공공기간 이전 2년 이내에 직원이 가족과 함께 이사를 오거나 고등학생 자녀가 울산의 학교로 전학올 경우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울산시 에너지산업과에서는 지난해 에경연에 연구용역비로 1억원 가량을 지급했다.

손종학 울산시의원은 통근버스 운행에 대해 “상상도 못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조사해야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손 의원은 이어 “지역을 살리고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이 내려오는 것인데 통근버스는 정책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자기들만의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또 “직장이 울산에 왔으면 적응하고 울산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며 생활환경 측면에서 울산보다 어려운 혁신도시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경연 입장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비해 교육 환경, 정주 여건이 뒤지는 혁신도시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학 관련 박사급 우수 인력이 필요한 연구원이 울산으로 이전할 때 이미 예상됐던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울산-해운대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부산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연고 등 개인적인 사정 이외에도 교통, 교육, 문화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경연 관계자는 “연구원에서는 경제학 전공자가 필요한데 대학원 과정에 경제학과가 있는 곳은 울산대학교 1곳뿐"이라며 "연구인력 채용 때문에 대학이 많은 부산에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 조성과 함께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에경연과 같은 ‘국책연구원’은 대학 및 관련 연구기관과 연계 등을 감안해 지역을 선정해야 했다”며 당시 정부 정책 결정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경연의 통근버스 운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에경연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수요가 있다면 통근버스를 계속 운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편성된 에경연의 일반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9486만원에 달한다. 또 일반정규직은 연간 191만4000원, 무기계약직은 140만5000원의 차량보조비가 통근버스 이용과 관계없이 편성됐다.

이에 에경연 관계자는 “연봉제가 적용되면서 차량보조비는 급여 성격을 띄는 것”이라며 “출퇴근 외에도 업무용으로 차량 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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