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교통수단 트램, 도시재생·관광활성화 역할까지”

허태정 대전광역시 시장
허태정 대전광역시 시장

대한민국 근대 시대의 교통을 상징했던 전차는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1899년과 1915년 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1945년 8・15 광복 이후에도 약 23년 후인 1968년에 비로소 운행을 중단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약 50년의 공백기를 지나 대한민국은 다시 트램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전차라는 이름의 그 교통수단은 세계 보편적 언어인 영어의 ‘트램(Tram)’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대전광역시가 그 주인공이다.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을 노면 위에서 달리는 노선으로 구상하고 있다. 기존의 도시철도는 지하로 다니는 지하철 혹은 지상에서는 고가를 달리는 노선으로 운행됐다.

물론 경부선과 경인선, 경의선, 경원선 등 일반 차량과 같은 높이로 운행하는 수도권 전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등이 있지만 철저하게 차도와 분리돼 있다.

트램은 차도 및 인도와 상당히 가까운 간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도입된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50년 만에 교통 혁명을 이룩하는 셈이다.

본지는 트램이라는 주요 화두를 갖고 4년의 임기를 지내고 있는 허태정 대전시장으로부터 추진 배경과 현황, 그리고 향후 계획 등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대전광역시의 현안 해결에 대한 활동 방향도 함께 들었다.

▶노면전차인 트램은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목격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1968년 이후 완전히 폐지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 같은 트램이 대전광역시에서 부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철도 수단 대신 트램을 도입한 계기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전광역시는 매년 막대한 교통혼잡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연도별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분이 매년 약 1만 대 이상으로 이에 상응하는 도로의 지속적인 보급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교통혼잡비용 역시 꾸준히 발생해 승용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적절한 대중교통 수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대전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하위권인 5위입니다. 대전의 대중교통수단(버스+철도) 분담률은 25.4%로 7대 특별·광역시 평균인 34.3%에 비해 낮은 수치이며 지난 10년간 대전의 자동차 수는 약 24% 늘었지만, 도로증가는 9.4%에 불과해 한정된 도로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트램은 1편성으로 승용차 174대 분량의 수송용량을 대체할 수 있어 공간효율이 뛰어난 교통수단이며 일반시민은 물론 교통약자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또 버스 및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의 환승이 쉬워 안전하며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은 대전을 비롯해 전국 20개 시·도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전광역시는 관광 인프라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는 대전광역시 자체적으로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램을 통한 관광 활성화 효과를 어떻게 계산하고 있습니까.

“트램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재생 및 관광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트램은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2300개 이상의 노선이 운영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빈, 호주 멜버른·시드니 등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EIU)’ 상위 10개 도시 중 9개 도시에 도입될 만큼 세계인이 선호하는 이동 수단입니다.

물론 이들 도시에서도 트램 도입 당시에는 단순한 교통수단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 고유의 특징을 충실히 담아내 지역의 명물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반적인 관광수요를 견인하는 기능도 하게 됐습니다.

올해 대전광역시는 하반기에 전문가가 참여하는 용역을 통해 대전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트램 차량 디자인을 선정함과 동시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대전을 상징하며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최적의 트램 디자인을 도출하겠습니다.

또 트램 노선 주변을 따라 가로상권 활성화와 더불어 대전만의 특색 있는 도시경관 및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공공간을 조성해, 도시의 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하겠습니다.”

▶독일 뒤셀도르프를 여행하면서 트램을 매일 목격했습니다. 노면전차가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는 일반 자동차들도 노선 위를 운행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전광역시의 트램 운용 방안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내의 경우 트램은 도시철도법에 따라 분리대, 연석 등 물리적 시설물로 일반 자동차와 트램을 분리하는 노면전차 전용 도로 등을 건설하게 돼 있습니다. 다만 도로 교통이 현저하게 혼잡해질 우려가 있는 등 예외에 한정해 노면전차 선로의 5분의 1 이하로 다른 자동차 등이 함께 통행하는 혼용차로를 설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인 트램의 경우 노선 전체를 트램 전용 도로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일반 자동차와 트램을 분리해 사고의 위험을 낮췄습니다.

트램을 운영 중인 유럽의 안전사고 사례를 분석해보면 트램을 운영하면서 일반차량 통행량이 감소해 교통사고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전광역시는 설계과정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밀히 검토하겠습니다.”

▶트램 노선으로 도로 두 차선이 점유될 경우 일반 차량의 체증이 늘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교통 분산을 유도할 계획입니까.

“트램 도입 시 자동차 이용 차로가 감소해 많은 분께서 교통체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2호선 전체 연장 36.6㎞ 중 순수한 차로 감소구간은 24%인 8.8㎞에 불과합니다.

이미 23.4㎞ 정도의 주요 통과노선은 버스전용차로가 시행 중이며 차로 감소구간은 우회도로 확보, 기존 녹지공간 활용 등을 통해 불편함을 최소화할 계획으로 트램이 도입되더라도 큰 혼잡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트램이 도입되면 도시철도 1호선, 광역철도와 함께 철도 중심의 새로운 대중교통체계가 구축돼 대중교통 이용자 증가에 따른 승용차 교통량 감소도 예상됩니다.

물론 트램 건설은 기존의 도로 위에 레일을 설치해 지하철 및 고가방식과 비교해 건설 기간이 단축되지만, 어느 정도의 교통 불편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실시설계 과정에서 상·하행선 단계별 시공방안, 구간별 교통 통제계획, 우회도로 확보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여 공사 기간 중 교통체증이 최소화되도록 추진하겠습니다.

또 공사 전, 시행 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불편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대전광역시의 고유한 문제인 동서격차 극복을 위한 시장님의 활동 추이를 청취하고자 합니다.

“신도심 개발로 주요 기능이 신도심으로 옮겨감에 따라 신도심과 구도심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동서격차 극복을 위해서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지역 간 불균형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해 낙후된 원도심을 중심으로 노후·불량 주택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개발·재건축사업이 69개 구역에서 활발히 추진 중이며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9개 지역에서 추진 중입니다.

또 대전역 일원 도시재생 사업으로 원도심 지역의 도시 경쟁력 제고와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서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기능 회복을 통한 동서 균형 발전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과 대덕구 평촌지구 도시개발사업을 2022년까지 준공하고 연축지구 도시개발사업도 2024년까지 준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동서격차가 해소될 것입니다.

혁신도시 입지로 선정된 대전 역세권지구와 연축지구에 공공기관 유치에 따른 인구 유입 등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면 동서 균형 발전은 물론 원도심 신경제 중심지로 재탄생될 것입니다.

아울러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전역 쪽방촌을 정비하는 공공주택사업과 대전역 주변 상업지역을 활성화하는 중심시가지형 뉴딜사업이 균형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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