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2034년 설비용량 비중 대비 발전량 비중 낮고 석탄·원전 발전량 비중은 여전히 높아
에너지전환과 정면으로 배치...온실가스 감축 방안도 ‘석탄화력 감축’에 지나치게 의존
정책 목표 달성 위해 시장제도 개선 수반돼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문을 맡은 총괄분과위원회 위원들이 주요 논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문을 맡은 총괄분과위원회 위원들이 주요 논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리즈

(1) 설비용량 수치보다 중요한 건 시장제도

(2) 송배전망 문제, 전기요금...관건은 국민수용성

(3) 수요관리와 가스터빈 국산화, 신산업 창출 가능케 할까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총괄분과위원회가 주요 논의결과를 담은 초안을 발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의 중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설비계획을 2년마다 갱신하는 계획으로, 9차 전기본에는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 ▲전환부문 온실가스 추가 감축 ▲수요관리를 통한 발전설비 최소화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에 본지는 향후 전력정책 근거로 사용될 9차 전기본 초안을 토대로 정부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 세 가지를 짚어본다.

제9차 전기본 초안에서 발전설비 계획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 비중과 비교했을 때 발전량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워킹그룹은 2034년 LNG발전설비 용량이 전체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1%로 전망한 반면 2034년 전체 발전량 중 LNG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로 예상했다.

2020년 기준 LNG 설비용량 비중(32.3%)과 발전량 비중(25.6%)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2034년 기준으로 제시된 원전·석탄 설비용량 비중 9.9%, 14.9%, 원전·석탄 발전량 비중 23.6%, 28.6%와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이 수치를 놓고 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현재 발전구조에서 큰 변화 없이 신재생발전의 간헐성을 LNG로 보완하는 그림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킹그룹이 전망한 수치만 놓고 본다면 원전·석탄발전설비는 감축하고 LNG발전설비는 늘리되 실제 발전은 지금처럼 원자력과 석탄 위주로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놓고 깨끗하고 안전한 발전원인 LNG와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8차, 9차 전기본을 합쳐 석탄발전소 24기를 LNG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과 2034년에 전체 발전 중 19.7%를 LNG로 한다는 전망이 자칫 ‘과잉설비’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GW 용량의 LNG발전소 건설에 1조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업계 분석에 따르면 9차 전기본 초안에 담긴 12.7GW 설비용량의 석탄화력을 LNG로 대체 건설하는 경우 약 13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이와 더불어 온실가스 추가 감축량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이 ‘석탄화력 감축’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국내 전환부문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는 2030년 기준 3억3300만t인데 9차 전기본 초안에서는 여기에서 42.2% 감축된 1억9300만t의 배출량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지난 2018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 발표한 이후 전환부문에 할당된 3410만t의 추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방안은 ▲노후 석탄발전 폐지 ▲경기둔화 등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추가적인 석탄발전 제약 등 석탄발전 규제가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최소 20기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LNG발전소로 대체해야 추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3410만t을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추가 목표가 할당된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언급된 추가 감축 방안에 포함된 석탄화력 대체건설은 2030년까지 14기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석탄화력 상시 출력제한’ 등 강력한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초강력 대책을 동원하더라도 2030년까지 수정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도 8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전력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수요관리정책은 제출되지 못한 채 전력수요가 예측됐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수치적인 목표는 강조되고 있지만 그 목표를 이뤄낼 방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전력시장 제도개편’을 꼽는다.

본지가 주최한 전력시장 좌담회에서도 ▲최종소비자까지 환경비용이 충분히 전가되고 ▲수요·공급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시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숫자로 목표를 설정해 그것만 보고 달려가기보다는 전력시장이라는 전체적인 판을 개선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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