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주도 실증프로젝트 과기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실패
핵심 기술개발부터 서둘러 국산화 비율 높이는 게 향후 관건

정부가 부유식 해상풍력 활성화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지만,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부유식 해상풍력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려면 좀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분석한 부유식 해상풍력기술 실증프로젝트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은 기술성, 정책적 타당성, 경제성 등 모든 면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목표 달성을 위해선 부유식 해상풍력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단지 구축을 통한 기술자립 프로젝트에 7년간(2020~2026년) 5926억원을 투자할 방침을 세웠다. 국고 3550억원, 2376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동을 걸었다.

과기정통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이 사업의 종합평점을 0.2라는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최소 0.5가 넘어야 사업 타당성이 있는데 이에 한참 못 미치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0.132로 가장 낮았고, 과학기술적 타당성도 0.198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적 타당성 역시 0.259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진단한 것이다.

◆입지·기술력·국산화 가능성 등 불확실 요소 너무 커 = 이렇게 박한 점수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입지선정부터 제대로 안 됐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동해, 울산, 부산, 제주 등을 후보지로 제시했지만, 실증 가능한 확정된 입지를 제시하지 않아 향후 사업 추진에 있어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으로 판단됐다.

입지가 어느 정도 확정돼야 사업 목표 및 성과 목표 달성 가능성, 비용계획, 인허가 및 지역수용성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산업부는 2030년까지 주로 국산제품을 활용해 2GW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의 경우를 봐도 대규모 상용시장 존재 가능성이 불분명한 데다 국산제품을 95% 이상 사용해 사업 경제성 검증을 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산업부는 5MW급 풍력터빈으로 실증플랜트를 운영하면서 설계변경 등을 통해 8MW급으로 터빈을 대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6~7MW급 풍력터빈을 상용화해서 운영 중이고, 터빈을 대형화하는 게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이 사업에서 제시한 국산화 목표에도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과기정통부는 지적했다.

◆재원조달과 민간기업 참여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아=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단지 구축사업은 사업구조와 국내 풍력시스템 제조업체 현황 등을 고려할 때 터빈 사 등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민간부담금이 2376억원에 달해 사후 역할 보장이 없을 경우 민간기업이 거액을 투자하면서 참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또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산업부는 풍력부문(육상, 해상)의 전체 예산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배정돼야 할 예산의 상당부분을 이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재원조달을 할 계획이었는데 이것 역시 위험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개발 신중해야= 울산시는 최근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과 에퀴노르(Equinor), 쉘­코엔스헥시콘(Shell-CoensHexicon), CIP SK E&S, KFWind 등 5개 민간투자사가 부유식 라이다(LiDAR)를 설치하고, 풍황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적합성 여부를 파악하고 이후 환경과 생태계, 어업 영향과 설계 검토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1년간의 풍황조사가 끝나면 내년 5월 인허가 절차에 돌입해 2023년 착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업이 정부나 지자체 주도가 아니라 민간투자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국산제품이 아닌 외국산 터빈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울산시가 적극 나서는 것과는 달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우선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련 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도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의 경우 자국 제조업체가 없어 글로벌기업이 재생에너지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데 이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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