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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산불 1년 현장은...“제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3월 한전 보상금 지급 합의했지만 정부 구상권 청구로 지원 발목
행안부, 소송으로 구상권 청구…주민들 “몇 년 걸릴 수 있다” 우려
중기부, 지원금 구상권 행사 않겠다…정부 부처 간도 생각 달라
유희덕 기자    작성 : 2020년 04월 04일(토) 13:47    게시 : 2020년 04월 04일(토) 13:56
노장현 위원장.
“컨테이너 생활을 탈출하고 싶습니다.”
강원도 고성에 산불이 난 지 1년이 됐다. 산불은 꺼졌지만 이재민들의 생활은 아직도 그대로다. 19㎡(약 6평) 남 짓한 컨터이너에서 가족들이 생활을 하고, 식당을 했던 상인들은 가게를 열지 못하고 있다. 더딘 보상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산불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비대위가 구성됐지만 ‘될 듯 될 듯’ 하던 피해 보상은 하염없이 늦어진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30일 고성 산불 피해보상 지급 금액을 손해사정액의 60%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지불해야 할 피해 보상액은 1000억원 내외로 결정됐다. 당시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고성지역에서 피해보상을 받을 주민은 약 2000명이다. 고성비대위에 가입된 주민은 1250명가량 된다.
1250명의 주민을 대표하는 노장현 고성산불 비대위원장은 “피해보상 협상이 끝난 지 3개월이 됐는데, 보상금 지급이 안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보상이 늦어지면서 주민 간에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고 말했다.
산불피해로 1년 가까이 아무것도 못한 주민들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도 산불이 발생하기 전 속초에서 식당을 했다. 식당이 산불로 전소됐는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금으로 복구해 개업을 준비 중이었다. 노 위원장은 “정부의 긴급지원으로 일부 소상공인들은 재개를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가 겹치면서 현재는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생활은 정부대출금으로 한다.
“가구당 대출이 2억원가량 될 겁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금융권 융자도 안 됩니다. 왜 보상이 늦어지는지 화도 나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것은 불안감입니다.”
보상이 늦어진 것은 구상권 때문이다.
산불이 나자 정부는 피해지역에 재난지원금을 내려보냈다.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긴급히 내려보 낸 것이다. ‘얼마를 보냈느니’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지방비와 국비를 포함해 395억원이 지원됐다. 노 위원장은 “지난해 말 한전 보상금이 결정된 만큼 피해 주민들은 이제는 지원이 되겠구나 기대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20일 난데없이 산불 피해를 입힌 한전으로부터 국비지원금을 받겠다며 구상권을 청구했다. 보상금이 지원되기 직전 문턱에서 암초를 만난 것이다.
노 위원장은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할 때 구상권 얘기는 한마디도 없더니 이제 와서 구상권을 청구해 보상금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게 만들었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초기에 구상권 얘기가 전혀 없었어요. 산불로 농기계 피해를 본 가구에 와서 수리를 하면 30%를 지원하고, 새것으로 사면 70%를 지원한다고 하길래 많은 사람들이 새것으로 샀죠. 누가 안 그러겠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지원한 금액을 받아야겠다 하네요. 그럼 새것으로 산 사람들은 돈을 토해내야 합니다.”
구상권 청구를 통해 한전 보상금 중 국비와 도비를 통한 지원금 395억원을 돌려받겠다는 것이 행안부의 생각이다. 당연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보상금은 전체 금액에서 60%밖에 안 된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 다른 해석도 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에게 지원한 금액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행안부에서 구상권을 청구한 만큼 금액을 얼마까지 인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전과 주민들은 구상권 집행은 강원도에서 집행하는 만큼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면 빠르게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 위원장은 “행안부에서 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소송으로 가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피해 주민들은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란 말인가. 지원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피해지역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강원도에 예산과 모든 권한을 위임한 만큼 도에서 권한을 갖고 결정해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말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에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구상 관련 사항은 한전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해결할 것을 의결한 만큼 권한을 위임받은 강원도에서 합의든 소송이든 방법을 정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은 “지원을 결정하는 관계자들이 여기에 내려와서 주민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면 이러지 않을 텐데 소송이나 합의 등 같은 정부기관이 이러면 되겠냐”며 아쉬워했다.
“1년 넘게 명절을 가족과 못 보냈습니다. 6평가량 되는 컨터이너에 살다보니 외지에 있는 자식들도 못 와요. 본인들이 그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두고 보겠어요. 주민들이 더 많은 돈을 달라고 합니까. 정부가 참 너무합니다.”
한편 진영 행안부 장관은 지난 1일 강원도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해 구상권은 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희덕 기자 yuhd@electimes.com        유희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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