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대국민담화 이후 평일 전력수요 오후 8시에 형성
오전에 최대전력수요 발생하는 일반적인 봄철과 다른 패턴
전문가들 “퇴근 이후 회식·약속 대신 귀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전력수요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변화된 전력수요 패턴은 대중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음을 보이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력거래소 전력수급실적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평일 최대전력수요가 주로 오후 8시에 형성됐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덥지 않은 시기에는 오후 시간대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없어 평일 기준 오전 9~10시쯤 최대전력수요가 형성된다.

실제로 지난해 2월과 3월의 전력수급실적을 살펴보면 총 36일의 평일(설 연휴, 3·1절 제외) 중 오전 9~10시에 최대전력수요가 형성된 날은 34일이었으며 나머지 2일 중 하루는 11시에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했다.

올해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이었던 지난 2월에는 모든 평일의 최대전력수요가 오전 9~11시 사이에 형성됐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2~3월 평일에 최대전력수요가 오후 8시쯤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회식·모임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난달 2일을 시작으로 4일, 11일, 16일 등 간헐적으로 최대전력수요가 오후 7시쯤 형성됐다.

퇴근 시간대 이후에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하는 현상이 굳어진 것은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지난달 21일 이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며 15일간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 운영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사적인 집단모임, 약속, 여행 등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평일 최대전력수요가 오후 8시에 발생한 날은 지난달 23일, 24일, 25일, 30일, 31일 등 총 5일이었으며 26일 최대전력수요는 오후 5시에 형성됐다.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최대전력수요는 오전 10시에 발생해 이 기간 유일하게 오전에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한 평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평일 오후 8시에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퇴근 이후 사람들이 회식이나 저녁 약속을 자제하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이나 술집 등은 손님이 없어도 전력수요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퇴근 시간대 이후 가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수요가 기존의 평일 저녁 전력수요에 더해져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전력거래소는 짧은 시기에 발생한 현상을 사회적 거리두기와 전력수요 패턴 변화의 상관관계로 분석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일교차가 큰 봄철에는 저녁에도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전력수요 패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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