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제한 등 조치로 수출 중소기업 피해 가시화
사태 장기화 우려 속 수출동력 상실 우려 확대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비용 절감뿐 아니라 국내 수출입 기업 지원을 위해 운휴 중인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제공=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비용 절감뿐 아니라 국내 수출입 기업 지원을 위해 운휴 중인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력기자재 수출사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 하루 확진환자 증가수가 100명 미만으로 떨어지며 정체기를 맞은 반면 미국·유럽 등 국가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미 원부자재 수급 차질로 1차 타격을 받은 국내 전력기자재 업계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2차 충격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발등에 불 떨어진 중소기업…대·중견기업, 사태 장기화 가능성 촉각=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먼저 가시화된 곳은 중소기업계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고 사업 다변화로 대응 역량을 갖춘 대·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선 사태 발발 이후 수출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부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계약이 파기될 상황에 놓이거나 예정된 납기를 맞추지 못해 자금회전이 이뤄지지 않는 등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전기변환장치 기업 대표는 “베트남 현지 기업로부터 계약 이행을 잠정보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계약 체결을 앞둔 남미 등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는 추가 논의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올해 사업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전기기기업 관계자는 “현지 기업의 담당자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해 수출품 검수가 지연되면서 출하에 차질을 밎고 있다”며 “수백만 달러의 수금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당장에 운영자금을 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일찌감치 올해 수출사업 계획을 철회한 곳도 적지 않다. 중국 수출사업을 추진 중인 UPS 업체 대표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래 사실상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국내 사업 및 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동제어 기자재 제조기업 관계자는 “올해 유럽 수출사업을 준비하며 전시회 참가 등을 준비해왔으나 현재 추이로 보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유럽 지역이 피해가 극심해 급하게 다른 수출국을 찾아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대·중견기업도 고심이 깊긴 마찬가지다. 아직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발생할 ‘수주절벽’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접수된 수출 피해 사례는 없지만 회원사 대부분이 코로나19의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진흥회는 220여 개 대·중견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전기진흥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확산 추이를 보임에 따라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아직 기존에 체결한 계약 건에 경우 큰 영향은 받지 않고 있지만 신규 사업·추가 계약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업계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진흥회를 포함,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업계의 수출입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사태 장기화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신히 수출길 열었는데”…수출동력 꺼지나=수출사업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수출동력이 꺼져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발표한 ‘2020년 2월 수출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2월 한 달간의 국내 수출은 지난해 10월 저점을 찍은 뒤 15개월 만에 반등했으나 중장기적인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 보고서에서 산업부는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교역 부진 및 중국발 수요 둔화로 3월 이후 수출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 전망은 업계의 기업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및 입국제한 관련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수출 중소기업 312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곳 중 7곳(70.8%)이 “수출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 등으로 예상되는 피해는 ‘해외전시회 취소 등으로 수주기회 축소’(73.8%), ‘입국금지로 해당 국가 내 영업활동 제한’(62%), ‘부품 및 원자재 수급 애로로 인한 계약 취소’(18.6%) 등을 꼽았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도 수출사업의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전시회 참가 등 적극적인 전략을 쓰기보다는 온라인 판매·홍보와 같은 대안을 모색·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우즈베키스탄·미국 전시회가 취소·연기된 가운데 일본·말레이시아 전시회 개최 여부도 불확실해 해외진출의 기회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 전시회 참가 의사를 철회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