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만 해도 84㎡ 당 평균 120~140만원 수준
최근엔 60만원 이하로 반토막, 요구 성능은 오히려 상향
조명업계 고사 직전, 입주민들 위해서라도 대안 마련해야

“지금 아파트에 조명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상황은 최악입니다. 건설사들이 제품가격은 계속 떨어뜨리면서 성능은 더 좋은 제품을 요구하거든요. 성능이 좋아지면 당연히 제품가격도 올라가는 게 맞는데, 그렇게 해주지 않는 거죠. 우리처럼 모든 공정을 직접 수행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업체만 겨우 마진을 조금 남길 수 있을 뿐, 중소 업체들은 아마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을 겁니다.”

아파트 건설사에 조명을 공급하는 중견 조명기업 A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조명 등 기자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계속 하락하고 있는 아파트 세대조명 납품단가 문제가 한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명업계에 따르면 아파트에 납품되는 세대조명 가격은 3~4년 전에 비해 평균 50% 이상 급락했다.

84㎡ 아파트 기준으로 3~4년 전까지만 해도 평균 120만원에서 140만원 수준이던 세대조명(주등, 보조등 등) 가격이 최근에는 60만원 이하로 하락했다.

삼파장 조명 시절만 해도 3.3㎡당 5만원을 넘던 세대조명 단가가 3~4년 전부터 3만5000원에서 4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LED조명이 본격적으로 아파트에 적용된 이후부터는 2만원대까지 하락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조명업체 관계자는 “요즘에 84㎡ 기준으로 60만원 정도만 춰져도 좋은 가격”이라면서 “최근 입찰 상황을 보면 60만원 미만을 적어내는 업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세대조명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오히려 건설사에서 요구하는 성능수준은 계속 상향되고 있다.

세대 외부에 설치되는 조명을 제외하고, 실내에 들어가는 세대조명 성능은 거의 조달시장에서 요구하는 고효율 제품과 대동소이하다고 업계는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명업체들은 건설사에서 요구하는 효율과 단가를 동시에 맞추기 위해 싸구려 중국산 칩과 컨버터를 사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효율도 담보되지 않은 중국산 제품으로 일단 입찰에 뛰어든 뒤 만약 수주를 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효율을 확인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성능이 담보되지 않은 싸구려 조명이 세대에 설치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관계당국과 건설사의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명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요즘 우리처럼 규모를 갖추고, 모든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조명업체도 원가를 줄이고 줄여서 겨우 마진을 남기는 수준인데, 다른 업체들은 오죽하겠느냐”면서 “최고의 브랜드라고 홍보하는 건설사들도 그 이름에 걸맞게, 좋은 조명을 적정한 가격에 구매해 입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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