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도입, 효용감에 대한 고민 있어야 유의미”
“건물 유지·관리 인식 강화해 자동제어산업 키워야”

백강철 바스코리아 대표는 자동제어산업계 민간 부문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국내 빌딩자동화시스템(BAS) 시장을 개척한 1세대 기업으로, 시스템 국산화에 일조해온 그는 정부와 학계를 오가며 국내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에너지기술평가원, 산업기술평가원의 정부 과제 심의·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과학기술대·건설산업교육원 등에서 교단에 올라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에게 자동제어산업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민·관·학 전문가’라는 수식이 따라붙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발 신기술을 도입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객관적인 수치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실증을 통해 실제로 효용감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빠진 것이죠.”

백강철 바스코리아 대표는 10년 이상 자동제어 분야 정부과제 심의·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바를 이같이 요약했다. 국내 산업이 기술도입의 효과성(effectiveness)보다는 여전히 기술 자체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데이터 수집’이다. 백 대표에 따르면 현재 주요기업들은 물론 유명대학의 연구과제조차 데이터 취득률이 85% 수준에 그친다. 설비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돼서는 안 되는 게 데이터 취득 항목인데, 이미 15%의 ‘데이터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의 부족은 시스템의 신뢰도 하락과 직결됩니다. 단순히 설비를 모니터링해 일부 데이터만 취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죠. 데이터 백업 및 보완, 공백 부분에 대한 수동 기입 등의 과정이 없으면 클라우드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건물 관리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도 앞으로 자동제어산업계가 마주한 과제로 거론했다. 국내에서는 애당초 재개발을 염두에 두는 탓에 건물 관리 및 유지·보수에 소홀한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인식적 토대 하에서는 자동제어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유럽의 건물은 흔히 ‘디지로그(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의 융합)’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100년이 넘은 건물들도 전담 전문가들의 손길에 의해 건물 자체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기술 도입을 통해 거주자들의 효용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죠. 자동제어산업의 발전은 곧 우리 건축의 역사를 보존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산업계 전반에서 이 같은 인식의 토대를 다질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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