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수상 이후 함께 진열돼 판매 중인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수상 이후 함께 진열돼 판매 중인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영화가 된 ‘기생충’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구글의 검색 통계에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 직후 5일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영화가 됐다. 더불어 영화에 등장한 음식인 ‘짜파구리’의 조리법을 찾는 검색량이 전 세계에서 400% 이상 증가했다.

인스턴트 짜장면 ‘짜파게티’와 라면인 ‘너구리’라는 두 가지 완제품을 섞어서 조리하는 신개념 음식이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휴대전화로 레시피를 찾아가며 다급히 만들어낸 한우 채끝살을 올린 짜파구리가 영화의 대성공과 함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오스카 이펙트’다.

기생충 성공에 따른 짜파구리 붐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된 농심에 따르면 짜파구리는 2009년 한 블로거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내용을 올려 누리꾼 화제를 모으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짜장면과 라면이라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음식을 섞어 제3의 음식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우리 식문화에서 유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카르보나라라고 하는 계란 노른자 또는 유크림을 바탕으로 한 이탈리아 소스와 입에 불이 나게 매운 한국식 고추 분말을 섞은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 볶음면’도 이와 비슷한 발상의 하나.

또 주류 분야에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백세주와 소주를 섞은 ‘오십세주’도 있다.

이같은 1+1 조합은 비빔밥이 나라를 대표하는 요리로 꼽히고, 섞어찌개라는 음식이 하나의 메뉴로 존재하는 한식 문화의 일면으로 풀이된다.

외국 음식 문화에서도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음식이 서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있지만 두 가지 음식을 섞어서 즐기는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김치 타파스’처럼 아시아 재료를 서양식 조리법에 접목한다거나 바게트에 피시 소스와 고수 등을 넣는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처럼 재료나 조리법을 빌려와 활용하는 경우는 많아도 짜파구리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빔밥 문화를 가진 한국인의 디엔에이(DNA)가 섞는 데 능숙한 것 같은데 이는 ‘기생충’의 흥행요소와도 맞닿아 있다”며 “동서양 경계가 허물어지고 개개인의 기호에 상품을 맞추는 지금 융합이나 하이브리드라는 시대 정신이 통한 것이 바로 기생충이고 짜파구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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