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X정우성 첫 만남···웃픈 공감대 탑재한 범죄극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개봉일 잠정 연기 결정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지푸라기’ 메인 포스터(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지푸라기’ 메인 포스터(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의 개봉일이 잠정 연기됐다.

지난 4일 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측은 “2월 12일 개봉 예정이었던 ‘지푸라기’의 개봉일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정우성의 첫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지푸라기’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지푸라기’는 공무원, 흔들리는 가장 등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공무원 ‘태영’(정우성)은 여행자들의 출입국을 관리하면서 누군가의 밀수와 밀항을 결정짓고,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은 아버지가 운영했던 횟집 장사를 다시 한번 꿈꾼다.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전도연)는 언제라도 항구 도시를 벗어날 준비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다섯 명의 짐승들까지, 거대한 도시와 개발되지 않은 지방 소도시의 모습이 공존하는 공간에 1개의 돈 가방을 차지하고 떠나려는 인물들이 모이게 된다.

이처럼 ‘지푸라기’는 기존의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한 조폭들의 핏빛 이야기와는 다르게 평범했던 인간들이 서서히 짐승으로 변해가는 모습과 인간의 양면적인 본능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담아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절실함을 온전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한 김용훈 감독의 말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등장인물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 뿐,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은 악하지 않게 표현했다.

‘지푸라기’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공감대도 형성한다. 캐릭터들이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 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또 캐릭터들이 겪는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거액의 돈 가방 앞에서 발현되는 그들의 욕망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일 수 있기에, 웃픈 공감대를 가져온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상황에 매료됐다”며 “블랙 코미디와 인간의 결핍에 대한 공감에서 오는 통찰력에 압도됐다”고 전한 로테르담 영화제 프로그래머 헤르윈 탐스마(Gerwin Tamsama)의 말처럼, 선택의 기로에 선 캐릭터들 앞에 연달아 펼쳐지는 황당한 사건들은 웃음 또한 유발한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지푸라기’ 스틸컷(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지푸라기’ 스틸컷(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신예 감독과 네임드 제작진의 시너지 발현= ‘지푸라기’의 연출은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신예 김용훈 감독이, 제작은 지난해 말 제이콘텐트리의 새 식구가 된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내가 죽인 시체가 다시 나타났다는 설정의 ‘악의 연대기’, 강력반 형사의 화끈한 조폭 소탕작전으로 688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강력반 형사가 함께 연쇄살인마를 쫓는 ‘악인전’ 등을 선보였다.

김태성 촬영 감독도 합류했다. 장르 불문, 카메라의 시선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2018년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제38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촬영상-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싱글라이더’, ‘1987’ 등에서 디테일한 미장센으로 한 장면을 시대 속 공간 그 자체로 만들어온 한아름 미술 감독과 ‘검사외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에서 세심한 연출로 작품을 보다 빛나게 한 조희란 의상 실장도 참여해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스토리를 더욱 풍성케 했다.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는 신인 감독과 네임드 제작진의 시너지 덕인지 ‘지푸라기’가 지난 1월 31일, 네덜란드(화란·和蘭)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한 데 이어 오는 3월에 열리는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로테르담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선정 이유에 대해 “유연한 영화의 구조,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기 등 모든 것을 탁월하게 연출해 낸 훌륭한 첫 작품”이라며 “현 사회의 계층 간의 불평등 문제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훈 감독은 “로테르담은 저에게 정말 많은 첫 순간들을 소개해줬다"며 "제 첫 영화제에서 첫 관객을 만났고, 첫 상을 받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라는 관용 표현이 있다.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는 영어 속담에서 유래한 말로, 낙타의 등에 짐을 계속해서 싣다 보면 마지막 지푸라기 한 개를 올려놓았을 뿐인데 낙타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는 데서 나온 비유다.

‘지푸라기’(108분·청소년관람불가)에서 ‘최후의 결정타’를 일컫는 이 ‘마지막 지푸라기’의 주인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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