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소방시설공사 및 소프트웨어 입찰까지 분리발주가 ‘대세’

전신주 전경
전신주 전경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전기 문외한이던 제가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전기업계의 최근 현안은 분리발주 정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분리발주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전기공사는 전기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더욱 전문성을 기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공사는 소상공인의 설 자리를 잃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공정한 경쟁으로 적정한 시장 가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리발주가 업계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정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전기공사협회,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공사 명확히 한 산업부 유권해석 결과 도출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을)은 21일 열린 한국전기공사협회 대전광역시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면서 분리발주의 당위성을 이같이 언급했다.

분리발주는 하나의 공사 과정에서 둘 이상의 업자에게 나눠서 발주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대응하는 개념이 통합발주다. 통합발주는 턴 키(Turn Key)로도 불린다.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뜻으로 건설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방식을 일컫는다.

전기공사업계의 최대 화두는 분리발주 정착이다. 전기공사협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전사적 입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분리발주를 어긴 발주처에 대해 단호한 법적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공사를 명확히 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유권해석 결과를 16년 만에 도출, 이 제도를 수호했다는 전언이다.

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중앙회와 20개 시도회가 유기적으로 대응함으로써 2019년 12월 현재 분리발주 위반 사항 657건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한 결과 4383억 원의 수주 증대를 실현했다.

또 시대의 화두인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전기공사협회는 10억 원 미만의 공공 전기공사에 대기업 입찰 참여를 제한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규모의 경제로 전기공사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하는 대기업의 입찰이 소규모 공사에서 사라짐으로써 중소규모 업자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강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라는 전언이다.

특히 전기공사협회가 오는 2월 말 중앙회 회장 선거를 진행하면서 분리발주는 수면 위로 선명히 떠오르고 있다.

기호 1·2·3번 후보는 각기 공약이 다르지만, 분리발주 제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소방시설
소방시설

소방시설업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는 법률 개정 추진

전기공사 업계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분리발주 제도가 정착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방시설공사 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는 하도급에 의한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분리발주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된다.

소방청(청장 정문호)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시설업체 8982개소를 점검한 결과 불법행위 업체 184개소를 적발했다. 이어 입건 18건, 과태료 부과 162건, 행정처분 82건 등으로 조치했다.

입건 18건 중 도급계약 위반에 따른 조치는 6건이다.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A 발주자는 소방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B 건설회사에 일괄도급하고 B 건설회사는 C 소방시설공사업체에 저가로 소방시설공사를 하도급을 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서에 착공신고를 하면서 A 발주자가 C 소방시설공사업체와 직접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이면계약서를 꾸몄다가 적발됐다.

또 소방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D 건설회사가 발주자에게 일괄도급 받은 뒤 소방시설공사를 E 소방시설공사업체에 하도급 하는 과정이 적발됐다.

D 건설회사는 소방시설공사 일부를 직접 시공하고 일부를 E 소방시설공사업체에 하도급 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해놓고 실제로는 소방시설공사 전체를 C 소방시설공사업체에 시공하도록 했다.

즉 소방시설공사업체가 건설업체에 종속된 형태다. 하도급업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문 소방시설공사업체는 공사 수주를 위해 건설업체와 불평등 관계를 참아야 하는 형편이다.

갑과 을의 관계로 인해 이중(이면)계약 등의 불법·불공정 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소방청은 판단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 분리발주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도 조례를 개정하면서 공공부문의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부실시공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라는 전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하겠다”며 “고질적 하도급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법적 근거 마련과 동시에 분리발주가 제도화될 때까지 불시단속을 포함한 특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제값 받기 위해 소프트웨어업계도 분리발주 제도 도입

소프트웨어도 분리발주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IT 서비스 기업이 프로젝트 분석·설계는 물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 제품과 하도급자까지 선정하는 일괄발주 방식이었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공사업과 다르지 않다. 선택권이 사업자에 있어 제 가격을 못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분리발주 제도가 등장했다. 소프트웨어 구매 분야를 별도로 분리해 발주기관이 직접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제값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기술평가를 거쳐 우수 소프트웨어를 선정할 필요가 있어 가격 경쟁력과 품질 향상이라는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도 올해 소프트웨어 분리발주 제도를 수정할 방침이다. 분리발주 대상 조건을 변경해 대상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상용 소프트웨어 구매를 확대하고 공정 거래를 실현하겠다는 목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상용 소프트웨어 구매 확대를 위해 분리발주 대상 사업의 기준 금액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고시는 분리발주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억 원, 소프트웨어 구매가격 5000만 원 이상으로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고시 개정으로 이 기준 금액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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