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발전업계에서 ‘주민 수용성’이라는 단어가 공포의 대상이 됐다.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등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중단·지연되거나 심하면 좌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는 주민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대전시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경우 발전사업자는 사업도 지연되고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는데 다시금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발전소 건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의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개입해 갈등의 해결이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주민 반대는 전통적인 화력·원자력발전 외에 정부가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신재생발전도 피할 수 없는 ‘마의 고개’다.

해상풍력이나 수상태양광 등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사업들도 해당 사업을 통해 피해받는 주민·어민의 범위를 놓고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발전업계의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가 승인한 발전용 천연가스 개별요금제 역시 기존의 장기계약 물량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 발전사업자들과 해결책을 찾아야 마땅하지만 정부는 우선 승인한 뒤 협의체를 구성해 개별요금제를 시행하기 전까지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미세먼지 특별대책이라는 정부 정책으로 발전사업자가 발전을 못 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은 없다.

대기환경 개선이라는 대의적인 명분이 있더라도 사업을 직접 규제하는 대신 환경비용을 내부화하거나 친환경발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친환경발전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시장경제의 논리가 아닌가.

주민 수용성이 중시되는 사회는 환영이다. 그러나 기업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주민으로 볼 수 있고 어떤 주민에게는 기업이 삶의 터전이라는 점도 중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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