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수원시, 전국 최초로 전기버스인프라 구축
환경성 높이고 연료비는 낮춰…확대 도입 ‘눈앞’

수원시 장안구 소재 수원시북부공영차고지에 구축된 전기버스인프라 전경.
수원시 장안구 소재 수원시북부공영차고지에 구축된 전기버스인프라 전경.

친환경·혁신성장을 향한 정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전기·수소 등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한 미래차 분야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확대 보급 정책에 힘입어 미래차 분야는 이제 개념적인 구상을 넘어, 하나의 시장으로 안착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통해 미래차 산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미래차 분야 중견기업 17개, 혁신형 중소·중견기업 130개 육성 ▲전기차 생산 35만대(누적) 확대 ▲자율주행차 고속도로 운행 등을 골자로 한 이 계획은 지난해부터 속속들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전기버스 확대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버스·택배트럭 등을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로 100% 전환하는 ‘대중교통 전기차 전환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이래 지난해 수원에 전국 최초로 ‘전기버스 인프라’가 구축되며 관련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현재 수원시북부공영차고지 일원에 구축된 ‘전기버스인프라’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36대의 전기버스가 실제로 운행되고 있다. 수원여객운수가 추가 신청한 58대까지 포함될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는 100대 가량의 전기버스가 수원시 곳곳을 누빌 전망이다.

최근 전기버스인프라 구축 및 운영으로 ‘전국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수원시북부공영차고지를 방문, 전기버스 사업과 기술 현황을 직접 살펴봤다.

◆충전소 48개소 구축…96대까지 동시충전 가능=세밑 한파를 뚫고 널찍한 차고지에 다다르니 정박해 있는 10여대의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엔 일반 버스와 다를 것 없어 보였지만 수m 앞까지 다가서자 조금은 낯선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박한 버스의 하단에는 흔히 말하는 ‘기름총’이 아닌 검은 플러그가 꽂혔다. ‘충전량 84%, 남은 시간 10분, 출력전압 708V, 출력전류 124A’ 바로 옆 충전소 디스플레이는 충전 중인 버스가 전기를 이용하는 차량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수원시북부공영차고지는 지난해 12월 9일 준공한 ‘전기버스 전용 차고지’다. 3861㎡(약 1170평) 부지 전체에 전기버스인프라가 구축된 이 차고지는 착공 당시부터 세간에 큰 관심을 모았다. 전기버스인프라가 완비되면 기존에 시범사업격으로 운행되던 전기버스를 전량 실제 노선에 투입하는 전국 최초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직접 차고지를 방문해보니 전체 운행버스를 전기버스로 대체할 목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됐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현 시점에 운행 중인 전기버스는 앞서 신청한 36대뿐이지만 차고지에는 총 48개소의 충전소가 구축돼 있다. 충전소 1개소에 충전용 케이블이 2개씩 설치돼 있으니 한번에 96대의 차량이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우선 구축해놓은 셈이다. 다만 실제 충전은 섹터별로 이뤄져 동시충전은 30대까지 가능하다.

노선 1회 운행 후 주차된 전기버스에 충전플러그가 꽂혀있다.
노선 1회 운행 후 주차된 전기버스에 충전플러그가 꽂혀있다.

이상범 수원여객운수 신규사업부장은 “올해 58대의 버스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라며 “충전소 구축과 차량 도입에 상당 부분 자부담 비용이 투입되긴 했지만 도·시 차원에서 지원을 해준 덕분에 순조롭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 1회 충전만으로도 ‘OK’…연료비 절감 효과도 톡톡=전기버스의 경우 차고지에 주차 후 충전플러그를 결합할 시 30분(2개 케이블 연결)이면 완충이 되는 터라, 버스운행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버스기사 1명이 일평균 5~8회 노선을 운행하게 되는 데, 충전시간이 짧다보니 쉬는 시간에 1회 정도 충전을 하면 하루 종일 걱정 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마침 차고지 입차 후 충전을 시작한 버스기사 A씨는 “노선을 한 바퀴 돈 뒤 충전기를 꼽아 두기만 하면 된다”며 “충전기기도 그저 카드만 태그하면 배터리 잔량부터 충전소요시간까지 모두 표시가 돼 편리하다”고 전했다.

당일 운행을 마친 뒤 차고지에 차량을 주차(박차)한 때에 밤새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전기버스만의 장점이다. 운행종료 후 주차한 모든 차량에 플러그를 결합해두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치 않더라도 아침 첫 운행부터는 모든 차량이 완충된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한편 전기버스를 도입함에 따라 여객운수사의 지출에서 30~4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연료비 지출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여객운수에 따르면 전기버스는 기존 CNG(압축천연가스)버스와 비교해 평균 30% 정도의 연료비 절감효과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당초 지난해 말 일몰예정이었던 한전의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까지 6개월 유예되면서 당분간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전요금 특례는 오는 6월까지 유지된 뒤 2022년 6월까지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앞으로 여객운수사의 전기버스 도입은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단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큰 덕분에 상대적으로 투자비 회수가 용이하고, 도·시에서 1대당 1억6000만원을 지원해주다보니 전기버스 챠량 구입 부담도 완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버스 가격은 CNG버스의 2배가량인 4억5000만원선으로, 도는 2022년까지 총 133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전기버스 529대를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도내 모든 경유버스가 친환경버스로 전면 교체될 예정이다.

(왼쪽부터)전기버스 차량의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 전기버스에 충전플러그가 꽂혀있는 모습, 전기버스 충전기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충전량.
(왼쪽부터)전기버스 차량의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 전기버스에 충전플러그가 꽂혀있는 모습, 전기버스 충전기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충전량.

◆친환경 버스 등장에 이용객도 ‘반색’…운행 효율성 확보는 남은 과제=수원여객운수의 전기버스가 본격적으로 노선 운행을 시작하면서 이용객들의 호응도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특성상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 환경성이 높고, 진동 등 내연차 특유의 불편함이 없다보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운전기사 B씨는 “타 여객운수사와 공동 운행하는 한 노선의 경우에는 이용객들이 일부러 전기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며 “진동이 없어 승차감이 좋은 것도 있고, 전기차를 타보겠다는 호기심도 큰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면 실제로 전기버스 운행이 확대되면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속속 도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연비다. 전기버스는 내연차와 달리 회생제동장치가 달려 있어 운전기사들이 효율적인 운전방식을 새로이 익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상범 부장은 “지금까지 운행한 차량을 대상으로 분석해본 결과 운전기사별로 최대 2배까지 연비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기차에 대한 각종 혜택이 종료된 후에도 내연차보다 높은 효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전기버스에 특화된 운행 요령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연료로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한 복합적인 운영 전략도 요구되고 있다. 수원여객운수에서는 전기버스 배터리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운전기사들에게 50~60% 수준에서 충전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앞으로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시간대별 최대부하를 계산해 특정 시간대에 충전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운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미니인터뷰)이상범 수원여객운수 신규사업부장

이상범 수원여객운수 신규사업부장이 전기버스 충전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범 수원여객운수 신규사업부장이 전기버스 충전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원여객운수은 전국 최초로 전기버스인프라를 구축하며 200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큰 비용도 비용이지만, 참조 모델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기업에는 위험이 따르는 모험이었음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수원여객의 신규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상범 부장<사진>은 “이번 사업은 수원여객운수의 제2도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객운수업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업 순항의 배경으로는 경기도·수원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았다.

“전기차는 신산업 분야인 터라 사업 참여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다각도로 지원책을 펴 무사히 준공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업은 관·민이 함께 한 사업성공모델로 기록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올해부터 전기버스를 추가 도입하며 사업을 확대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존 사업들이 시범사업격으로 진행됐다보니 수원여객운수와 같이 전 노선에서 사업을 시행하는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탓이다.

“전기버스의 특성을 고려한 운전 요령 및 충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좀 더 운행실적을 쌓아 데이터가 모이면 타 사업자들도 참조할 만한 결과물이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부장은 전기버스 사업이 조만간 여객운수업계에 확산될 하나의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참여를 고려하는 많은 사업자들이 조속히 합류하길 당부했다.

“매일 2~3곳의 지자체·기업에서 문의가 들어옵니다. 답변은 한결 같습니다. ‘얼른 시작하시라’는 것이죠.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는 여객운수업계에선 곧 전기버스가 보편화될 겁니다. 그날까지 다양한 참조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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