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간사
박문수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간사

폐특법은 묘수였다. 석탄의 시대가 막을 내린 1995년, 강원도 남부 폐광지역은 황폐해졌다. 그때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특단의 대책이자 묘수였다.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일제강점기부터 개발되었던 태백, 정선, 삼척, 그리고 영월은 카지노산업을 통한 재건을 꿈꾸었다. 지역 경제를 넘어 도시의 존폐가 달린 문제였다. 일자리가 생겨났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왔다.

이후 강원랜드를 시작으로 골프장, 스키장은 물론 호텔을 비롯한 각종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지역의 세수가 늘어났다. 지역에 유입된 돈은 활기가 되었고, 강원랜드는 연간 관광객 300만명에 연 매출 1조4000억원, 직원 3400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곧이어 물가상승과 불균형 개발, 소비주의 팽창과 생태계 파괴가 따라왔다. 강원랜드 직원 채용에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카지노 산업에 대한 지역민의 감정은 복잡미묘를 넘어 불신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정부는 겨울철 전력 수급 및 석탄발전 감축 대책 발표했다. 겨울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삼천포발전본부 5·6호기를 포함 최대 15기의 석탄발전기 가동을 정지한다는 내용이다.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가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100만대 팔렸던 공기청정기가 올해 3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의 석탈발전소 가동 중단 결정을 환영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탈석탄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탈석탄 시대, 탈원전 시대를 제 2·제 3의 강원랜드를 짓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어떤 묘수도 다시 내밀면 꼼수다. 산업의 변화는 자연스레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불러온다. 우리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변동으로 쓰러져간 도시들을 잘 알고 있다. 당장에 군산과 울산의 현실이 매섭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 기존 산업 종사자의 출구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적인 탈원전 열풍이 분다. 독일은 이미 탈원전뿐만 아니라 탈석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툰베리가 외친 책임, ‘미래세대의 꿈을 앗아가서는 안된다는’ 책임 앞에서 우리 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2018년 발전시설 신규 투자의 70%는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에서 이뤄졌다. 같은 시기 원전은 8%, 화석연료 발전은 22%다. 에너지 전환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준비가 시급하다. 진부하지만 대책은 정부의 예산 마련이다. 사회가 지원해야한다. 트럼프의 과대망상과 달리 에너지 전환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생겨나는 일자리가 더욱 많다. 지금도 정부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노동시장과 산업구조의 적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조선기자재 업체가 풍력산업 소재 업체로 업종 변경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원전해체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도 돕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이기를 기대한다.

강원랜드 개발은 미국식이었다. 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노동시장의 구조 개편 대응은 독일식으로 하자. 독일은 2022년까지 탈원전을, 2038년까지 탈석탄을 선언했다. 그들은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산업구조가 재편 시 나타나는 고용불안 문제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독일 최대 노조인 베르디(Verdi)에 따르면 "원전과 석탄발전 관련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옮겨야 할 때, 산별노조는 동일임금, 동일휴가제를 보장하도록 해당기업과 협상을 벌였고 정부는 기금을 마련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전환기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제 갈등을 해소하고, 성숙해져야한다. 필요한 건 정부 주도의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이다. 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노동시장 구조 개편으로, 소외받는 노동자와 시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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