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헌수 숭실대학교 교수
한헌수 숭실대학교 교수

미국인구조사국은 2017년도 인구통계에서 지구의 인구가 75억6천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1970년에 40억명을 넘기고 나서 불과 5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지구의 인구가 매 5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 것은 아니다. 20억명을 넘어선 것은 1920년대 초였지만 10억명을 넘어선 것은 1800년경이고 5억명을 넘어선 것은 1400년경, 그리고 AD원년에 2억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불과 최근 200여년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인구만 보더라고 남북한과 국외거주자를 합하면 8천5백만 정도인데, 918년 고려가 건국될 때의 인구가 6~7백만, 1592년 임진왜란 때에 9백~천만명, 3.1운동 시기에 2천만명이 못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의 인구도 역시 최근 200여년동안 집중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갑작스런 인구의 증가가 가능해졌을까? 4대강 유역에 문명이 발생했던 BC3000년 이전의 자연환경은 인간이 적응하기에 척박하여서 출산율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4대강유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농업기술이 개발되어 식량문제가 해결되고 주거환경도 개선되면서 불과 3천만명 정도이던 인구가 AD원년이 되면서 2억명 수준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 만들어진 많은 도구들이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교통수단, 그리고 집단 거주를 가능하게 한 건축기술의 발전이 인구의 증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이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AD1800년에 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서게 되었지만 이때까지도 여전히 기존의 농업기술과 건축기술, 그리고 교통수단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AD1800년경, 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서면서 기존의 기술로는 의식주문제를 감당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필요로 했다.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으로 과학이 철학의 범주에서 독립하게 되었고, 의학은 인체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넘어 보건을 책임질 병리학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고층건물 건축기술, 교통 및 생산수단이 가능하게 한 기관(엔진)들이 개발되었다. 역으로 이런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인구의 증가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서 불과 120년만에 인구가 20억명을 돌파할 수 있었다. 이후 인구의 급증은 한때 세계적인 식량문제를 야기했지만 곧 이어 유전자변형 및 축산기술 등의 개발로 이를 해결하였고, 대량살상무기로 개발된 핵이 에너지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이제는 인구수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인구의 이러한 폭발적인 증가는 사회지배구조와 경제의 규모를 바꾸어 놓았고 세계화를 가속화시켰다. 이렇게 인구의 증가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었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구증가를 가속화하여 20년 이내에 인구 90억명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4차산업혁명이란 구태여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인구90억명을 넘어 100억명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산업이라 정의하면 될 것이다. 인구 100억명이 소모할 식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이들의 보건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이들의 주거는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이들이 어떻게 신속하게 이동하고 소통하게 할 것인지,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도록 어떻게 에너지를 공급할 것인지 그 답이 4차산업혁명에서 찾아져야한다.

지난 정권에서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당해년도에 성과로 보일 것을 찾을 때, 경제의 주체인 사람들이 부족해지고 있는 사람들이 창조적이지 못한데 창조경제가 가능할 수 없으니 우선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는 기반을 닦는 일에 전념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4차산업혁명은 한 세대를 거쳐서 이루어질 일이다. 당장 무엇을 보이려하지 말고 인구 100억명 시대를 가능하게 할 핵심 산업들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먼저 해야 한다. 산업혁명의 시기마다 수많은 산업이 생겨났고 그만큼이 사라졌다. 사라지게 되는 산업들이 생겨나는 산업으로 전환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저항에 부딪쳐 전환을 이룰 수 없다. 4차산업혁명은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국민적 과제이지 단순한 기술개발사업이 아니다.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국민들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이 시대 과학기술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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