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고령노동자 비중을 늘렸다. 인건비 비중이 크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일 거다.”

최근 만난 한 전력기자재 기업 대표의 푸념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긴축경영이 지속되다보니, 자연스레 인건비 감축으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얘기의 골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근래 들어 중소 제조업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력구조 재편 작업이 ‘인력감축’이 아닌, ‘인력구성 조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식은 이렇다. 기업에서는 사업 영위를 위해 현재 인력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계층이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은 40대 노동자다. 기업에선 이들을 감축하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노동자와 계약직 고령노동자를 채용한다. 사회초년생인 20대 노동자도 우선 채용대상 중 하나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실제로 이 같은 과정을 따르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성은 상대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기술수준이 낮은 단순공정 중심의 하청·중소규모 제조업체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청·재하청으로 수직계열화한 산업구조가 만들어낸 슬픈 단면이다.

경기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경기도 40대 고용부진 진단과 대응방안’ 보고서도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경기도 내 제조업 고용여건의 제1원인으로 40대 취업자 수 감소를 거론했다. 연령별로 60대 이상, 50대, 20대, 30대 순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40대만 전년 동월(2018년 9월) 대비 3만8000명이 감소해 제조업 고용지표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학계와 노동계에서는 40대 노동자 고용지표 악화와 기업 인력구조 재편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아 사안의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생산성이 가장 높은 40대 노동자가 현장 일선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 산업 생산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제조업계가 처한 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이 국내외 경제 변화에 따른 기업환경 악화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이 원인은 문제의 뿌리가 깊은 만큼 단시간 내 해결되기 난망하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마땅한 해결책 없이 모두가 손 놓고 있는 사이 특정 계층이 산업현장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소 본질과는 거리감이 있을지라도, 일단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증요법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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