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시뮬레이션
고가의 프로그램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지원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반드시 실험을 거치게 된다. 예상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직접 실험한다면 좋지만 그렇게 되면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개발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실험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1차 검증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관련 소프트웨어가 중소기업이 구입하기에는 고가일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없다. 더욱이 소프트웨어는 기자재와 달리 판권의 문제 때문에 대여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이런 중소기업의 기술적 난제를 도와주는 곳이 있으니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최규하) 해석기술지원실이다.

백명기 전기연구원 해석기술지원실장은 전자장 기반으로 융복합 문제를 해결하는 다중물리(multi-physics) 수치해석을 전공했다. 산업이나 공학에 발생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물리현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공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출된 결과는 기업의 연구개발에 도움이 됐다.

▶연구원에서 주로 수행하는 업무는.

2016년 한국전기연구원에 입원한 이후 다중물리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을 통한 기업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자장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 지원으로는 카메라 모듈, 마이크로 스위치, 변압기 등 전자·전기·전력 기기 사례들이 있고 전자장-열-유체 문제가 결합된 고전압 차단기 등 전기방전 해석 지원 사례가 있다. 사실상 전기가 사용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장과 연관된 문제는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

▶이러한 업무가 기업들에 어떤 지원을 하는 것인지.

중소·중견 기업들은 고가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를 보유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비교하면 연구개발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해석기술지원실은 이러한 중소·중견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전자장 수치해석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치해석 교육은 상용 소프트웨어가 아닌 프리 소프트웨어를 자체 한글화 해 기업체 연구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사용법부터 기업지원 사례 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중소·중견 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한다.

▶해석기술 지원 절차와 지원을 받은 기업의 만족도는.

이메일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회의를 통해 해석기술 지원 방법 및 기간을 협의한다. 지금까지 지원 사례를 보면 기술지원 성격에 맞게 일주일부터 1년까지 기간을 정해왔다. 그리고 지원기업에 직접 찾아가서 실제 제품이 만들어지는 제작 과정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기 때문에 기업의 만족도는 높다. 한번 지원을 받은 기업은 추후에 다른 기술적인 문제에 당면했을 때 재방문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향후 계획 및 목표는.

현재 저희 해석기술지원실은 창원 산단 스마트 혁신 지원 센터(단장 박민원)와 함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센터 구축’(이하 시뮬레이션 센터) 과제를 기획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시뮬레이션 센터는 전기연구원을 비롯한 산-학-연 전문가들이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우선 과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렇게 시뮬레이션 센터는 중소·중견 기업의 어려운 R&D에 도움을 주면서 궁극적으로 기존 기업들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적응해 히든챔피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좌우명이나 인생철학은.

좌우명이나 인생철학보다는 제가 실원들과 회의할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 안 된다고 말하지 말기”다. 저마다 서로 다른 연구경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연구목표를 설정하고 회의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난 왜 안 되는지는 서로 알고 있으니 이제부터 해결책을 서로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안 된다고 말하지 말기’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는 제 자신이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연구원은 어떤 의미인지.

전기연구원은 제게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곳이다. 학위를 받고 산업체에 근무하면서 어느 한 기업을 위해 연구개발을 했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어려운 기업을 위해 일할 수 있으며 연구개발에 매진할 기회가 주어졌다. 전기연구원은 더 넓은 의미의 ‘우리’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줬으며 또한 그만큼 제 어께에 무거운 짐을 얹어준 곳이다.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저희에게 연락 주길 바란다. 기술력을 최대한 동원해 기업의 당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저를 비롯한 해석기술지원실 연구원들은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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