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예정된 개편안 발표 앞두고 정부·국회·전문가 ‘백가쟁명’
전문가들 법제화·독립기구 등 정부 영향력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

전기요금을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국회와 전문가들이 저마다 의견을 쏟아내며 전기요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적인 발단은 김종갑 한전 사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특례요금 폐지’를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이 ‘전기요금 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여지자 산업부와 한전은 이에 대해 “일몰 예정이었던 특례요금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김 사장이 쏘아 올린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7일과 12일 국회에서 연달아 전기요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홍일표 의원(자유한국당·인천 미추홀구갑)은 지난 7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한전이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에 나선 것”이라며 “전기요금 결정방식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의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비례대표)도 지난 12일 토론회를 열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면서도 “시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가격체계를 정상화해야 자연스러운 에너지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부터 타기 시작한 ‘도화선’

물론 시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 김 사장의 발언과 전력당국의 대응이 연쇄 토론회를 촉발한 것은 아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지난 6월 촉발된 도화선이 타들어 가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개편하려고 했으나 한전 이사회에서 안건이 보류된 게 그 발단이다.

1주일 뒤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은 결국 통과됐지만 한전은 그로부터 3일 후 자율공시를 통해 “합리적 요금체계를 실현하기 위한 전기요금 개편안을 11월 30일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제시한 전기요금 개편안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폐지 혹은 수정보완 ▲누진제 폐지 혹은 선택적 전기요금제 등을 통한 누진제도 개편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 개편 등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타기 시작한 ‘전기요금 개편’의 도화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이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을 놓고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부도 전기요금과 관련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2일 김삼화 의원실과 전력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위촉연구위원은 “2017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최대 29.2%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보수적으로 측정한 것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곧바로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2030년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2017년 대비 10.9%로 산출했다”며 “서로 다른 전기요금 인상요인 분석모형을 사용해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에너지전환, 선택의 문제”

전문가들은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방식은 ‘선택의 문제’라며 이 선택을 오롯이 정부가 결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노 위촉연구위원은 “에너지전환 정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법제화도 없이 에너지전환을 진행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도 “전력시장이 법적 근거를 통해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수”라며 “독립적으로 전기요금과 시장을 감시하기 위한 제도를 구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에너지 규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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