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조명은 강자 없는 시장...기반구축, 기술개발, 데이터 확보 서둘러야”

“처음 LED조명이 시장에 나왔을 때 ‘고효율’, ‘장수명’이 부각되면서 교체물량이 늘어 조명시장도 반짝 호황을 누렸습니다. 정부도 교체사업에 관심이 많았고요. 하지만 조명에 대해 잘 모르는 수준 이하의 LED, 반도체 업체들이 유입되고, 해외에서 들여온 싸구려 제품들이 시장에 퍼지면서 LED조명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문제로 인해 조명시장이 왜곡된 것이죠.”

스마트조명산업발전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우진 서울과학기술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는 지난 1년간의 협의체 운영성과를 묻자 최근 LED조명시장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우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부(DOE)에서 전통조명업체, 신규 LED조명업체, 정부 등 3자가 모임을 정례화하고, 시드머니와 테스트베드를 주고 LED조명을 보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응해 나갔습니다. 시행착오를 빨리 겪어서 문제점을 찾고, 그 해결방안을 도입해 시장을 선순환시킨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 조명시장은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죠.”

장 교수는 스마트조명산업발전협의체를 구성한 목적도 LED조명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8년 10월 구성된 스마트조명산업발전협의체는 스마트조명 분야의 관련규격을 제안하고, 기술발전의 방향성 제시 등을 통한 에너지 저소비형 스마트조명 사회 구축을 위해 마련됐으며, 3개의 응용분과(기반구축/기술개발/보급활성화)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꼽자면 우선 스마트조명은 무엇이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스마트조명이라는 게 미국(커넥티드 라이팅), 유럽(휴먼 이펙티브 라이팅) 등지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로 가기 위한 데이터를 얻는 기구로서의 조명을 뜻하는 커넥티드 라이팅 개념과 인간의 환경, 생활에 중점을 둔 휴먼 이펙티브 라이팅의 개념을 모두 반영키로 했습니다.”

장 교수는 앞으로 스마트조명이 스마트홈의 허브로서, 좋은 조명환경을 만드는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침체된 국내 조명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요즘 에너지절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름에 ‘스마트’가 붙은 협단체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건축물을 이루는 요소가 조명뿐만 아니라 가전, 방범, 보안 등 다양하고, 이들은 조명과는 다른 부서에서 관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절감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조명과 이들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방안을 현재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 스마트조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절대적인 강자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패스트 팔로워로서 기반구축, 기술개발, 데이터 확보를 서둘러 시장을 만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해외 동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특히 스마트조명의 경우 아직 절대적인 강자가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가령 미국에서 열리는 조명전시회(LFI)의 경우 휴먼헬스, IoT 등 투 트랙을 주제로 워크숍, 컨퍼런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열리는데, 매년 갈수록 이 행사에 참여하는 얼라이언스가 강자를 중심으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10여개의 얼라이언스가 움직이더군요.”

플레이어가 많은 만큼 시장이 정리되지 않아 어려움은 많지만 스마트조명 보급을 위한 기반구축과 기술개발, 데이터 확보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졌다고 장 교수는 밝혔다.

“많은 조명업체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참여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보태서 레퍼런스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분석해서 개선된 방안들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협의체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올 것입니다. 조명산업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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