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식 영업’ ‘감성영업’으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제공

축구계에 ‘스페셜 원(ONE)’으로 통하는 남자가 있다. 유럽 3대 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우승을 하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는 3관왕(트레블)을 달성하며 세계적 감독으로 떠오른 조제 무리뉴. 유일무이한 업적을 남긴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스페셜 원이라 부른다. 전기·에너지업계에도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여성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직군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 포진한 ‘스페셜 원’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어봤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본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온 조은정 QTO영업본부 과장은 환하게 기자를 맞이했다. 임신 29주차인 그는 11월 중순쯤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앉았다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들지만 일하는 게 좋고, 출산휴가를 가게 되면 장기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일 욕심이 많다고 소문난 조 과장은 2006년 티센크루프에 입사해 어느덧 14년차 중견 ‘영업우먼’으로 성장했다.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서울 강북지사에서 승강기 유지관리서비스 사업을 수주하는 일이었다.

“제가 입사할 당시 업계에는 유지관리서비스 영업을 하는 여성이 저밖에 없었어요. 남자들에 비해 공학적 지식이 부족했죠.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한 조 과장은 공학을 전공한 동기들에 비해 관련 지식이 부족했다. 영업의 영 자도 몰랐던 그는 기계와 전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늘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당시 승강기 유지관리 영업은 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시설팀을 찾아가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받아보라고 권유하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이었다”며 “승강기는 건물주가 설치하는 만큼 건물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고 말했다.

조 과장의 영업 노하우 중 하나는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세를 놓는 건물주가 있으면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찾아가 건물주를 소개해달라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기특하고 안쓰러웠는지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러면 건물을 찾아가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만의 서비스를 제안했습니다.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이 오면 일일이 다 답변을 해줬는데 이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고객이 원하거나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을 판매자가 역제안해주는 일종의 ‘맞춤식 영업’인 셈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고객들은 리모델링 공사 때 다시 조 과장을 찾고, 승강기설치가 필요한 지인을 소개해줘 기업 입장에선 플러스 효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감성영업’이 먹히면서 그는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에 설치된 승강기 67대의 의장을 교체하는 대규모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6년간 영업하면서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본사 서비스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 사이 조 과장은 강북지사에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현 남편을 만나 결혼에도 골인했다.

조 과장은 “첨에는 남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영업하나 했는데 3년만 버티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영업맨’으로 바뀌게 됐다”며 “꼼꼼하게 고객이 필요한 것을 알려주고,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일한 게 주효했던 것 같고, 덕분에 결혼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전략팀에서는 기업간 거래(B2B; Business to Business)를 담당했다. 대형 쇼핑몰이나 건설사 등이 주요 고객사였다.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을 두루 섭렵한 뒤 조 과장은 현재 승강기 설치영업부서에서 일한다. 정확하게는 납기가 짧은 저층 건물을 대상으로 신규 설치영업을 하고 있다.

이제는 영업부서에서도 허리역할을 담당할 정도로 연차가 쌓여 후배들의 멘토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초보티를 벗은 조 과장은 이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선배들로부터 배운 가르침과 노하우를 후배들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입사 때부터 엘리베이터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이를 위해 현장경험을 더 쌓고, 마케팅 업무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둘째를 출산하고 재충전의 휴식기를 가진 후 제2의 목표를 위해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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