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018년 천연가스 소비량은 3600만t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여기서, 도시가스용은 1920만t으로 8% 증가했지만, 발전용은 1640만t으로 전년 대비 무려 19%나 증가했다. 발전용 소비의 증가는 혹서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원전 및 석탄과 같은 기저발전기의 이용률 감소에 주로 기인한다. 이 결과 2018년의 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 42%, 천연가스 27%, 원전 23%를 차지하여 2017년 대비 석탄 1%p, 원전 4%p 하락한 반면 천연가스는 무려 6%p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는 원전의 안전 규제 강화나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석탄 발전 제한 등으로 올해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00년 발전비중이 원전 41%, 석탄 37%로 기저발전이 78%를 차지했고, 천연가스는 1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천연가스는 전력뿐만 아니라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 석탄의 폐지가 가속화될 경우, 전력부문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발전용을 중심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머지 않아 연간 4000만t, 5000만t 소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섬에서 전력, 냉난방, 산업 등의 제반 에너지 소비에서 주력 자원이 된다는 것은 많은 요건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자원의 확보, 인수기지와 가스망과 같은 충분한 인프라의 구축, 관련 산업 생태계의 확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할 수 있는 환경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국내의 도소매시장이 잘 발달돼 있어야 한다.

지난 달 가스공사는 2025년부터 15년 동안 연간 158만t 수준에 이르는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 도입 계약을 했는데, 그 가격이 기존 계약의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발전사업자들의 최근 도입 가격 또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구매자 중심 시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발 세일가스 혁명이 미치는 영향을 직간접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대비 경제적인 가스의 안정적 확보는 일정 수준 가능해 보인다. 주력 에너지원으로서의 첫 번째 요건은 만족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력의 경우 여전히 원자력 또는 석탄발전 대비 비싼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곧 상당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연료 및 판매사업자 선택권이 없는 우리나라 전기 소비자에 대한 설득과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스발전 주기기인 가스터빈은 전통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주도하여 왔다. 따라서 원자력이나 석탄발전과는 달리 가스발전의 국내 산업 생태계가 상당히 미흡했다. 다만, 최근 국내 기업의 가스터빈 국산화 추진과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소재 및 부품에 대한 국내기업 육성 등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가스터빈 국산화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기술적 위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상당히 긴 시간을 가지고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 가스발전 관련 소재, 부품의 국산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신규 가스발전의 물량을 우리나라 기술개발 로드맵과 일정 수준 호흡을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스발전의 확대에 따른 전력부문의 준비 사항은 더욱 복잡해진다. 과거 가스의 비중이 낮을 때에도 수 차례 경험한 바 있으므로 가스 파동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가스 파동은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데 가스 확보 문제에서부터 인수기지나 가스망의 물리적 파손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대만의 정전이나 캘리포니아 가스 저장시설 파손과 유사한 상황에서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천연가스 발전기의 이중연료(유류나 LPG) 확보 의무화, 유류발전, 석탄 등과 같은 여분의 대체발전력 확보, 부하반응(DR)의 지속적 확대, 전력망의 해외 연계 등 다양한 형태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립된 전력망에서 대규모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최근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개별 요금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개별 요금제의 가장 큰 잇점은 천연가스 물량의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전 확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도시가스와 발전용 사이의 교차보조의 해소 가능성과 투명한 공급비용의 도출일 것이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기존 계약자와 신규 계약자 사이의 차별과 교차보조는 극대화되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기존 LNG 복합발전과 열병합 발전의 파탄은 불을 보듯이 명확해 진다. 조기 연료전환을 실천한 사업자가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를 전력시장에서 계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든지 혹은 기존 사업자나 그들의 연합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가스 직도입을 허용해야만 공정한 게임이 된다. 하지만 궁극적인 대안은 제3자의 가스망에 대한 비차별접 접속 보장과 도입 물량의 자유 거래 허용이다.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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