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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본부장의 월요객석) 전기에너지 재난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1945년 8.15 광복의 기쁨을 누린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 때 확보된 한반도 전체 발전설비 용량이 1722MW(2018년 현재 남한 발전설비 용량이 12만3096MW이므로 약 70배 규모)로 규모로는 현재에 비하면 미미했다. 그럼에도 해방 전후 약 88%에 해당하는 한반도 발전설비가 북한 지역에 위치했다.
남한의 전기공급 설비로는 당인리, 영월 등의 화력발전 설비가 손꼽을 정도로 있었으나, 당시 남한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전력, 즉 남한 소비전력의 약 60%에 해당하는 전력은 북한의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었다.

북한은 1948년 5월 14일 정오를 기해 느닷없이 남한으로의 전기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를 5.14 단전이라고 하는데 갑작스런 전기공급 중단으로 남한지역은 대혼란을 경험한 바 있으며 특히, 단전으로 인해 남한 경제와 사회가 침체기를 겪게 됐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전기에너지 재난에 해당되는 역사적 사건이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갑자기 전기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재앙의 시작인 동시에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일상의 일들이 마비될 것이다.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전기공급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끔은 망각하고 있다. 즉 전기공급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속돼야 하며 이를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공급이 있어야 물공급이 가능하다. 펌프의 동작 없이 물공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통신설비 또한 전기공급 없이는 멈출 수밖에 없다. 통신두절은 물론이요 컴퓨터와 인터넷, 이동통신이 무용지물이 된다. 정유설비 또한 전기공급 없이 가동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항공, 자동차, 공장 등이 마비된다. 철도, 지하철, 전기차 등 수송설비 역시 전기공급은 필수다. 가스생산도 마찬가지로 전기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설비의 가동은 멈춰야 한다. 이에 따라 2차로 파급되는 공장, 사무실, 가정과 개인들은 더 많은 충격을 받게돼 경제, 사회 모든 것이 마비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그야말로 사회기반 시설의 붕괴로 인해 국가적, 국민적 재난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력 섬(단독 전력망)임에도 그동안 안정적 전기공급의 결과로 산업과 경제가 크게 발전했고 전기산업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왔다. 게다가 앞으로 4차산업의 확대와 국민 수준 향상으로 전기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는 곧 전기에너지에 의존성이 더 커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선진국에서의 전기에너지 재난 발생 사례를 보면, 과거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2005년 미국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례에서 봤듯이 태풍과 같은 허리케인으로 인해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루이지애나주를 비롯해 4개주 정전 피해인구가 300만명에 달했다. 전기공급 복구에는 수주일이 걸렸다.
또한 일본에서는 2011년 동북지방 지진에 따른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설비 정지는 물론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동경지역 전기부족 사태를 상당 기간 경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광케이블 화재사건,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도의 초대형 산불 재난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재난도 지역 특성과 경제 규모에 따라 그 영향이 거대화,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가 및 사회 지속성에 필수인 전기에너지 인프라의 경우 기후 및 사용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전기에너지 재난 및 안전 관리에 대한 준비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재난 사례에서 보았듯이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대규모의 전기에너지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안정적 전기공급 개념으로 기존에는 일부 전기설비 고장이 생기더라도 전기공급이 지속되도록 하는 신뢰도(reliability)를 만족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발생빈도는 낮더라도 한번 사고가 일어나면 그 영향은 천문학적으로 크다는 개념인 ‘Low Frequency High Impact’ 사건에 대해 대비하도록 하는 위험관리 개념인 복귀력(resiliency)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전기에너지 재난의 예방, 대응, 복구 등에 대한 전기에너지 재난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관련 분야의 혁신적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적용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전기에너지 재난이 발생할 경우, 그 파급효과와 국민의 안전, 경제적 손실은 규모 면에서 어마어마하다. 재난 예방과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작성 : 2019년 10월 02일(수) 17:18
게시 : 2019년 10월 04일(금) 09:25


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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