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공격 가능…국내 에너지 시설 보안 취약 지적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의 아람코 공장이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불길과 연기로 뒤덮여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의 아람코 공장이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불길과 연기로 뒤덮여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상징인 드론이 전통 자원을 위협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석유는 물론이고 LNG(액화천연가스), 원자력까지 드론 공격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공중에서 폭격하는 과정은 전통적으로 전투기를 통해 진행됐다. 오랫동안 훈련받은 고도의 전문가에 의해, 특별한 작전을 통해, 기상 등의 조건이 부합해야만 실행할 수 있는 공격 방식이었다.

하지만 드론에 의한 공격은 그 성격이 다르다. 드론 조종 기술만 갖춘다면 언제 어디서든 중요 시설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외 어디를 막론하고 버거워 보인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세계 최대 석유 생산 시설 두 곳이 드론에 의한 폭탄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예멘 반군에 의한 공격이었다. 군사적으로는 사우디 정규군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지만 드론을 통해 상당한 피해를 주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의 산유량은 하루 570만 배럴로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원유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국제 유가의 향방도 안개 속에 접어들었다.

대한민국도 자칫하면 드론 공격으로 인해 국민 안전이 순식간에 궤멸할 수 있는 우려 요소가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의원(무소속·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 중요 시설에서 불법 비행한 드론은 61건이다.

이 의원이 지방항공청, 한국석유공사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 중요 시설 주변에서 불법 비행한 드론의 시설별 건수는 ▲공항 48건 ▲원전 10건 ▲석유비축시설 2건 ▲LNG 비축기지 1건 등이다.

또 그는 “1월 조사 이후 새롭게 발견된 불법 비행 드론은 ▲공항 2건 ▲원전 7건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처럼 많은 국가 중요 시설이 불법 비행 드론으로부터 무방비한 상태지만 대부분이 CCTV와 육안으로만 드론을 식별할 뿐, 퇴치할 수 있는 수단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해 10월 풍등 하나에 저유소 탱크 폭발 사고가 난 것처럼 드론 하나에 국가 중요 시설 안전이 뚫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구갑)은 원자력발전소 상공에 불법 비행 드론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물론 관련 법규는 존재한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1급 국가 보안 시설인 원자력발전소 인근 상공은 반경 18㎞까지 드론 비행이 금지된다. 국토부 승인 없이 이 안에서 드론을 띄우다 적발되면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25㎏ 이하 드론의 경우 과태료 최고액은 200만 원이다. 하지만 1회 위반 시에는 30만 원을 넘길 수 없다.

이로 인해 처벌이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에 하나 원전에 고의든 실수든 드론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의 범위는 무한정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1급 국가 보안 시설인 원전 인근 상공에서 드론을 날리다 적발돼도 과태료 기준이 너무 낮아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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