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기업은 최근 100kW 용량의 올인원(All-in-one) ESS 설비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추가 채용했던 인재들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A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기였던 ESS 사업의 성장세를 보고 PCS, EMS 등을 직접 개발했다”며 “중소기업으로선 큰 투자를 단행했지만 최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으로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예상만큼 판매가 안 돼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가 잘 되면 인력을 점점 늘릴 생각이었는데 충원은 고사하고 데리고 있던 개발 인력마저 내보내야 했다”며 “정부 ESS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사업 가능성을 보고 신사업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렇게 시장이 어려워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SS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재 이슈로 한차례 어려움을 겪은 뒤 최근엔 REC 가격 단가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친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새로 추진된 신규사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 모은다. 매출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REC 가격 하락에…계약 건수 눈에 띄게 줄어

중소 ESS 개발사 관계자는 “REC 가격이 자꾸 하락하면서 태양광발전소 소유주들에게 ESS 설치를 권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들이는 비용에 비해 얻는 수익이 크지 않은데 누가 이를 설치하겠냐”고 말했다. 통상적으론 100kW 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ESS를 설치할 시 274kWh 용량의 배터리를 설치한다. 이 때 드는 비용은 1억7000만 원 선이다. 업계는 이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통상 9년이 걸린다고 계산했지만 최근 REC 가격이 낮아지면서 회수기간은 14~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만 원 선에 머물던 REC 가격은 약 40%가량 떨어졌다. 최근 현물시장 가격은 5만 원선에 진입했다. REC는 ESS 사업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주 요소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전력판매(SMP)와 REC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신재생 연계 ESS 사업에서도 REC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태양광 연계 ESS 설비에는 REC 가중치 5.0이 인센티브로 주어진다. 이는 태양광 발전기에 ESS를 설치할 시 전력 생산 1MWh당 REC 5개를 인정받는다는 얘기와 같다. 풍력 연계형 ESS에 주어지는 REC 가중치는 4.5로, REC 4.5개를 얻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또 다른 ESS 시공 사업자는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 사업에 이어 약 1년 전부터 ESS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며 “하지만 화재에 이어 최근 REC 가격 하락세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REC 가격 하락으로 ESS를 통한 수익이 약 1억5000만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해결은 어떻게

악화되는 시장 상황에도 사업자들이 손 쓸 수 있는 뾰족한 묘안은 없다. 시장의 REC 가격이 예년 선을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 모은다. 이에 발맞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는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REC 하락세에 따른 단기 대책으로 ▲올해 안에 공급의무자 REC 의무 구매 유예 물량 소진 ▲한국에너지공단 RPS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물량 확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SS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얼어붙은 ESS 시장을 조금은 풀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 ESS 업체 관계자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 (SMP+ REC) 거래가 가능한 공단 입찰 물량이 늘고 한국형 FIT 등 고정가격계약 제도도 활용해 물량을 늘린다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사업자는 “단기 대책에는 한계가 있고 REC 가격 하락에 따른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며 “내년 하반기 태양광 연계형 ESS 가중치가 5.0에서 4.0으로 떨어지면 수익성은 최대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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