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산자중기위 광업공단법안 처리 난항 예고

원주시 소재 한국광물자원공사(위)와 한국광해관리공단
원주시 소재 한국광물자원공사(위)와 한국광해관리공단

2019년 정기국회는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내년 4월 제21대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요 상임위원회별로 살펴보면 우선 법제사법위원회는 큰 고비를 넘겼다. 9일부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적 관심이 몰린 ‘조국 정국’은 일단 막을 내렸다.

이제 다른 상임위의 사안이 주요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경우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의 통합 문제가 논의 사안이다.

양 기관의 통합 논의는 한국광업공단법안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산자중기위에 계류돼 있다.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부평구을)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광물자원공사의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2016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몰려 공기업 초유의 퇴출론이 나오기도 했다. 즉 파산의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정적 평가는 ‘사자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4대강 정비 사업, 자원외교, 방산 비리를 칭하는 단어다. 해외 자원을 대한민국이 이름으로 직접 개발해 국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 자원외교는 2019년 현재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자원외교의 대표로 활동한 기관이 광물자원공사다. 한때 광물자원공사는 세계를 주름잡을 기세로 폭넓은 활동을 전개했다. ▲멕시코 볼레오 프로젝트 ▲볼리비아 리튬 사업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유연탄 광산 사업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사업 등을 펼쳤다.

이 같은 사업들은 예상과 달리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약 10년 동안 5조 원을 투자했으나 결과적으로 빚더미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08년 5000억 원이던 부채는 2017년 5조4000억 원까지 늘었다.

끝내는 자본잠식에 빠지고 말았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상황이다.

‘광물’이라는 키워드는 대한민국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본질이 있다. 한국은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을 부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광물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해외에서 찾겠다는 자원외교는 분명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100번 실패해도 101번째 성공하면 지난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수 있지만, 그 101번째가 찾아오는 것은 요원하다.

정권의 성향도 고려할 부분이다. 같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을 공유하는 박근혜 정부조차 이명박 정부와는 궤를 달리했다. 아예 정권을 교체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해외자원개발 분야는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렇게 되면 광물자원공사는 직접 해외 자원을 개발하는 대신 민간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분야는 국내에 국한되지만, 활동폭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역할이 축소된 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겠다는 뜻을 지닌 법안이 홍 의원이 발의한 한국광업공단법이다. 양 기관을 통합해 광업 컨트롤 타워를 새로 구축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해관리공단 측의 반발이 극심하다. 지난해 3월 광해관리공단 홍기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와 폐광지역 주민들은 양사 통합안을 의결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조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연 바 있다.

폐광지역 주민의 반발도 거세다. 한때 경제부흥의 상징으로 일컬어진 강원도 태백시·삼척시·정선군·영월군 등은 이제 ‘폐광’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석탄 생산은 이제 과거의 영광이다. 새로 거듭나는 지역 경제를 지원하는 광해관리공단이 자칫 동반 부실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셈이다.

이철규 의원(자유한국당·강원 동해시삼척시)은 통합 반대에 가장 적극적인 정치인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를 온전히 해결하기 전에 섣불리 통합을 추진하게 되면 폐광지역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당론을 떠나 광물자원공사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결코 통합 시대를 맞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광물자원공사 측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자원외교는 명분만큼은 온당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의 실패 현상은 반성하더라도 모든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통합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산자중기위의 뜨거운 감자다. 어떤 형태로 결론이 도출되든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크나큰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자칫 정당 사이의 파워 게임으로 불거지면 산업계 판(板) ‘조국 정국’으로 불거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지난 7월 제20대 후반기 국회 2대 산자중기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종구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자원외교는 일단 실패한 정책으로 본다”면서도 “당사자 사이의 의견을 경청해 가장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위원장의 말대로만 되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겠지만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원외교의 101번째 도전에 도달하지 못한 대한민국 산업계와 정계는 최선 대신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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