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추출 ‘타이트 오일’, 산유국 甲乙 지형 변화 行

미국 셰일가스전 분포도
미국 셰일가스전 분포도

셰일이 품은 기름과 가스가 세계의 자원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풍부한 매장량과 고도의 기술력을 겸비한 ‘초강대국’ 미국이 자원에서도 패권을 휘두르는 형국이다.

미국의 거대한 자원 생산량은 대한민국의 일상에도 파고들었다. 이달 둘째 주 전국 휘발유 가격이 4주 만에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주간 단위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은 지난주보다 0.5원 하락한 ℓ당 1493.5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경유 판매가격도 2주 연속 상승세가 꺾여 이번 주는 1.0원 하락한 ℓ당 1351.6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이번 주 국제유가와 관련, “중동지역 긴장 지속 등 상승요인과 미국 원유재고 증가 등 하락요인이 혼재해 약보합세를 보였다”고 했다.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섞였지만, 후자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셈이다.

석유공사 측의 분석대로 미국 원유 재고가 늘어난 데는 타이트 오일(tight oil)이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석유가 들어 있는 셰일을 ‘오일 셰일(oil shale)’이라고 한다. 여기서 추출한 석유를 ‘타이트 오일(tight oil)’이라고 부른다.

셰일 오일이라는 명칭이 주를 이뤘으나 천연가스와 석유가 혼재되는 상황을 피할 목적으로 IEA(국제 에너지 기구)와 EIA(미국 에너지정보청)가 타이트 오일로 명칭을 바꿨다.

이를 통해 고갈론이 대두되던 학설은 빛이 바랬다. 2000년대 초반 30~40년이면 석유가 모자라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셰일 가스를 통해 인류는 200년 이상 석유에 기댈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셰일 가스 채취에 대해 “각종 불순물로 뒤덮인 기름이 기술력을 통해 깨끗해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진흙과 뒤섞여 사용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됐지만, 기술력을 통해 이를 깨끗하게 추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이라는 드넓은 강대국에 산재한 셰일 가스가 기술력을 통해 자원에 대한 권력 역학 관계를 뒤바꾼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팀 이서진 부연구위원의 ‘2024년 국제 석유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총 석유공급량 증가분은 하루 220만 배럴 수준이다. 5년 후인 2024년까지는 하루 400만 배럴이 더해진다. 이를 통해 세계 생산능력의 70%를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은 오는 2021년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출이 수입을 넘어서면서 순 석유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이 기간에 미국의 총 석유 수출은 하루 900만 배럴에 달한다. 대표적인 중동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수준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석유는 중동의 독차지였다. 하지만 넘치는 자원으로 호황을 누리는 시기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중동의 자원이 고갈되면 미국이 석유를 수출하면서 자원 패권을 휘두를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랐다.

아직 중동의 자원이 고갈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산유국 반열에 오르는 모양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셰일이 포함된 지층을 완전히 균열시켜 가스를 얻는 과정을 수반한다. 이로 인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셰일 가스 매장량이 폴란드와 더불어 가장 많음에도 채취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미국도 주(住)마다 셰일 가스 채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셰일 가스 가격이 오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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