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누적에 공사 예산 대폭 삭감돼
높은 인건비·발주 감소에 업계 어려움 가중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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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압단가업체 A사는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사는 마쳤지만 자재처리 문제로 준공이 되지 않은 탓이다. A사 부장은 “당장 이번 달 지급해야 할 인건비만 1억원이 넘는데 달리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압단가업체 B사는 최근 사내 직원 급여 삭감을 단행했다. 공사 발주가 급감하자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B사 실장은 “이대로 가면 연내 존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한전의 적자로 불황을 겪고 있는 배전단가업계가 더 깊은 부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발주물량이 예년 대비 평균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인건비·자재비 등 기본적인 운영비 지출마저 걱정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고압·저압 등 한전과 단가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 배전전문업체모임에 따르면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역의 발주 물량이 계약물량의 50%를 밑돌고 있다.

물량 감소의 1차적 원인으로는 한전의 대형 적자가 꼽힌다. 한전은 올해 1분기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매 분기 적자를 쌓아가는 중이다. 여기에 7~8월 누진제 개편, 한전공대 설립 등에 대규모 지출이 예정됨에 따라 경영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전이 적자 해소를 위해 단행한 예산 감축은 배전단가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한전이 기존에 정상 발주되던 신규·보수공사를 감축했기 때문이다. 남은 건 긴급공사뿐인데 이것만으로는 계약목표치 달성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전기기술자의 높은 인건비는 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타 직종에 비해 전기기술자의 인건비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인 반면, 업체 입장에선 공사 발주가 부족해 일감은 없이 인건비 지출만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존폐를 고민하는 업체까지 속출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 됐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공사 발주량은 온전히 한전 예산에 달린 탓이다. 전기요금제도 개편 등 한전의 적자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예산폭은 당분간 현상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욱 배전전문업체모임 경기북부본부 총무는 “발주 물량 급감에 따른 배전단가업계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대응방안 모색을 위해 전국 단위로 업계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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