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화학사, 석유화학 비중 낮추기 프로젝트 진행 중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화학 업계의 전통 터줏대감인 석유화학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기업 자체적으로 비중을 줄이는 데다 대외 환경이 녹록하지 않아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화케미칼이 주력하고 있는 석유화학 분야를 태양광을 비롯한 신사업 분야로 다각화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업계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큰 석유화학과 태양광·소재 사업을 단일화해 사업경쟁력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화케미칼은 오는 연말까지 모든 합병 절차를 마친 후 내년 1월 1일부로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과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조치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다른 사업 영역을 하나의 회사를 통해 단일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LG화학도 석유화학 비중을 줄일 것을 천명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를 오는 2024년까지 30%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현재 LG화학의 매출 가운데 60%가 석유화학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종속적으로 움직이는 실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 분야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대신 배터리 사업을 전체 매출의 50% 수준인 3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화학 업계에는 “업황에 장사 없다”는 속설이 있다. 아무리 노력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도 대외 환경에 따라 실적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적을 내는 과정에는 ‘정제마진’이라는 변수가 따른다.

현재 대한민국 유화 업계는 낮은 정제마진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저유가 시대를 맞이해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할 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료를 수입하는 비용과 비교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이윤도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기초화학 분야에 매진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이미 업계 1위 자리를 LG화학에 내줬다. 사업 다각화가 주력 분야 매진 전략에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여기에 일본발(發) 변수가 등장했다. 8월 2일부터 일본이 우방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제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1100여 개의 대(對)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품목 가운데 하나가 화학이다. 화학의 대일(對日) 의존도는 90%가 넘는다는 전언이다.

기업들도 대책 준비에 분주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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