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감리자 배전공사 경력
교육으로 대체방안 검토 필요

감리원 자격 조건은 엄격히
신규업체 진입 문턱은 낮춰야

감리업무는 건축, 토목, 전기공사 등에서 그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감리자는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도 해야 하며 공사가 발주자의 의도에 따라, 그리고 관계법령에 위반되지 않게 진행되는데 책임을 진다. 공사 발주자를 대신해 공사를 감독하는 것이 바로 감리이다. 감리는 크게 책임감리, 일반설계감리, 엔지니어링감리로 나뉜다. 전기공사 감리는 엔지니어링감리에 속한다.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상 배전공사의 감리원 배치기준을 보면 총공사비 100억원 이상의 현장에서는 특급감리자를 책임 감리원으로, 초급감리자 이상을 보조 감리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50억원 미만일 경우 중급 이상이 책임 감리원으로, 초급 이상을 보조 감리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특급 감리자 60대 이상…필요 등급 완화해야

조건을 갖춘 기술인들, 특히 특급의 경우 대부분 퇴직이후에나 감리업무를 맡기 때문에 감리원들의 고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에 따르면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초급부터 특급까지 전기기술인은 12만350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은 4만8400여명으로 전체의 40% 가까이 된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특급 기술인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전체 감리용역 물량의 30~40%를 차지하는 한전의 경우 배전감리 협력업체 입찰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기준 실적 이외에 한전 배전공사의 감독이나 보조감독 경력 5년 이상 되는 특급감리자를 보유해야 한다.

또 총가 감리용역 입찰도 마찬가지로 기준 실적 이외에 배전공사 감독이나 보조감독 경력 5년 이상 되는 특급감리자를 보유해야 적격심사에서 점수가 깎이지 않는다. 그런데 배전공사는 한전만이 발주한다.

한전 측은 ‘활선 무정전공법’으로 배전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 감리를 맡아야 공사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리업체들은 한전 출신 감리원이 필요한데, 현직이 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퇴직한 직원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60대 이상 감리자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전도 감리원 고령화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장에 상주하는 책임감리원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통해 실질적 감리능력 여부를 가리고 있다. 통과되면 향후 1년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감리업체들은 배전공사 경험을 갖춘 감리자들이 한정돼 있는 만큼 관련 교육 등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필요 등급조건을 낮추면 고령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높은 진입장벽…“시공실적 준용할 수도”

배전공사의 감리업체로 자리잡기는 너무 어려운 반면, 한번 궤도에 진입하면 낮은 경쟁 속에서 각종 감리용역을 수주할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남지역 한 감리업체 관계자는 “처음 업체를 차려 배전공사 실적을 쌓기 위해 한전 입찰에 수차례 참가한 끝에 1순위 업체가 포기하는 바람에 첫 수주에 성공했다”며 “이후 6년간 기술자 보유 등으로 적자를 보면서도 실적을 쌓는 데 노력한 결과 이제야 한전 배전감리 협력업체로 낙찰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털어놨다.

전남지역의 경우 13개 구역으로 나눠 배전감리 협력업체 입찰을 실시하는데 관내 총 40여개 감리업체 가운데 30여개 미만이 배전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있고, 만점이 가능한 업체는 20개 이내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쟁률이 2대 1도 안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상당수 전기 시공업체들이 감리용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배전공사 실적쌓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시공과 감리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감리원의 자격조건은 엄격히 하는 대신 실적부분은 완화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규 업체의 진입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감리업계가 발전할 수 있고, 일정부분 경쟁이 뒷받침돼야 적정단가 형성과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허위경력 문제…경력증명 발급기관 책임 강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전 퇴직직원들이 허위경력으로 '감리원' 자격을 취득해 감리자로 활동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이철규 의원(자유한국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허위경력을 제출해 감리원 자격을 취득한 한전 퇴직직원은 148명으로 국무총리실 조사에서 적발된 355명의 '전기분야 감리원' 중 4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무직이거나 타 부서에 근무했음에도 '전력기술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허위경력을 제출해 감리원 자격을 취득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감리원이 된 148명 중 50여명은 한전이 발주한 공사감리에 적극 참여했다. 허위경력으로 입찰 시 가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들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8월까지 감리원으로 참여한 공사 576건의 감리금액은 262억원으로 전기공사의 적정감리비를 감안하면, 약 1800억원의 전기공사에서 부실감리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감리업계는 허위경력에 따른 무자격 감리원 문제는 경력증명 발급기관의 책임이라며 한전 등이 경력증명을 발급할 때 인사기록카드 등을 통해 근무 중 수행한 업무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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