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막을 구원투수에서 ‘친환경 ESS 발전소’로 거듭나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는 국내 최대 규모 양수발전소이자 아시아 최대 상·하부댐 낙차 기록을 자랑하는 양양 양수발전소가 있다. 발전소 내 4기의 발전기를 운영 중이며 1기당 250㎿씩, 총 1000㎿ 규모다. 이는 원전 1기와 맞먹는다.

또 진동호의 상부댐과 영덕호의 하부댐 사이 낙차는 819m다. 낙폭만큼 발생하는 위치에너지가 커 발전 효율이 좋다. 고창석 한국수력원자력 양양 양수발전소장은 “양양 양수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8344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건설했다”며 “발전량은 국내 전체 수력발전의 13.4%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원도 전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발전소”라며 “다른 발전원에 비해 양수발전은 발전단가가 40% 싸다”고 덧붙였다.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전경.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전경.
◆지하에서 하늘까지 아우르는 규모

발전소는 지하에 있다. 에너지팜(Energy Farm) 홍보관에서 한수원 버스를 타고 지하발전소로 들어간다. 터널 속 내리막길을 끝없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터널 길이는 총 2㎞ 정도 된다.

지하발전소에 들어가면 4기의 발전기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는 정비 중이라 아쉽게도 발전기를 볼 수 없다.

여름·겨울철 전력 수요가 많아지면 전력거래소에서 급전 지시를 내린다. 이에 따라 발전이 시작되면 발전기가 분당 600회 회전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각종 펌프 밸브가 기동하면 발전용수(물)가 유입되고 발전기 터빈이 회전한다. 이 과정을 거쳐 전력 생산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들어갔던 터널을 통해 다시 지하발전소를 빠져나와 숲으로 둘러싸인 산길을 올라간다. 산속에 파묻혀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상부댐이 드러난다. 해발 937m에 위치한 상부댐에 오르니 귀가 멍멍하고 주위가 온통 두터운 안개로 가득차 먼 곳은 시야 확보도 어려울 지경이다. 상부댐 총 저수량은 500만t, 하부댐 저수량은 1000만t가량 된다.

양수발전소 양수 원리.
양수발전소 양수 원리.
◆발전까지 2분 30초 OK…‘3분 대기조’ 역할 톡톡

원자력은 발전까지 24시간, 석탄화력은 7시간, 복합화력은 1시간 30분 소요되는 데 비해 양수발전은 2분 30초만 있으면 발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3분 대기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이자 장점 덕분에 원자력·화력 등 기저부하용 발전을 보완해주는 첨두부하를 담당하고 있다. 전력 소비가 적은 시간대에 생산되는 여유전력을 이용해 펌프를 돌려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저수지로 올려 저장함으로써 전력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물을 상부로 끌어올리는 데는 11시간 14분이 걸리고, 상부에 저장된 물로는 최대 9시간 24분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블랙아웃을 막을 구원투수로도 활약했다. 2012년 11월 변압기 냉각팬 공급전원 상실로 신고리 1·2호기가 정지했을 때도 양양 1호기를 신속 기동해 주파수 안정에 기여했다.

2011년 9·15 순환정전 때도 기록적인 폭염에 대규모 정전을 극적으로 막아준 게 바로 양수발전소다.

양수발전소 양수·발전 시스템.
양수발전소 양수·발전 시스템.
◆신규 양수 증설, 확대되는 신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책

한수원이 총괄 운영하는 양수발전소는 현재 국내 7개 지역에 총 16기가 있다.

1980년 준공한 청평양수(400㎿), 삼랑진(600㎿), 무주(600㎿), 산청(700㎿), 청송(600㎿), 양양(1000㎿), 예천(800㎿) 양수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총설비용량은 4700㎿에 달한다.

이중 양양 양수는 2015년 기준 기동횟수가 3118회로, 1000~1500회 사이를 오가는 타 발전소보다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또 수차 타입도 다른 발전소와 달리 1단이 아닌 2단이다.

한수원은 2017년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양수발전소를 총 2029년부터 3년간 순차적으로 증설한다. 후보 부지는 지난달 16일 충북 영동(500㎿), 강원 홍천(600㎿), 경기 포천(750㎿) 등 3곳으로 최종 선정됐다.

현재 확대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라 날씨에 따른 발전량 조절 불가능으로 인한 전력수급 조정 문제는 더욱 골칫거리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88%에 육박하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비 방안으로 ‘거대 친환경 ESS’라 불리는 양수발전소가 더욱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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