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사회 계급’에 관한 한 연구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신감이 크고, 이로 인해 더 유능해 보임으로써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회계급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데도 그런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자신만만함은 별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 사회적 지위를 보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회계급이 자신의 능력에 관해 갖는 태도를 형성하며, 사회계급이 대물림하는 데도 이런 태도가 큰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 대목이 많은 연구결과다.

그런가하면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년 삶의 질 제고방안 연구’ 보고서는 가정 형편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편에 속하는 이른바 ‘금수저’의 첫 일자리 평균임금은 ‘흙수저’ 평균임금 보다 70만원(204만원 대 134만원) 정도 많다고 밝혔다. 부모 학력에 따른 자녀의 첫번째 일자리 임금 차이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부모 세대의 경제적 형편이 자식 세대의 임금 차이로 대물림 된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가난이 전염되는 것처럼 부유함도 전염되고 있다는 것은 별로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이어지는 가난의 낙수효과(Trickling effect)처럼 부의 대물림도 ‘비록 공정하진 못하지만’ 익숙하거나 때론 당연시되기도 한다.

○…가업상속제도가 ‘부의 대물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과 관련, ▲사후관리기간 10년→7년 단축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변경 조건부 허용 등에 합의했다. 9월 초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가업승계는 부가 아니라 고용·기술·경영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이라고 주장해 온 중소·중견기업계는 즉각 ‘미흡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공제비율 상향 등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일부를 위한 특권,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적용받은 기업은 매년 100개가 채 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꾸준했다. 징벌적 성격의 가업상속세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가업승계가 기득권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 계속 기업을 위한 기업승계, 기업자 정신의 계승이 되려면 기업을 팔아 재산을 물려주는 식의 세습은 막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정 수준의 상속 요건 완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와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불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예외가 있을 순 없다.

민주사회에서 부와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하나다. 그것은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민주적 개입과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사회가 특권과 반칙이 아니라 통합과 공존, 평평한 운동장에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행복한 사회라는 믿음이 유효하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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