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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파이팅)승강기안전,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다(상)
보유대수 세계 8위 승강기 ‘大국’…안전의식은 ‘小국’
‘승강기 갇힘 고장 승객구조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승강기에 갇힌 이용객을 구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우리나라의 승강기 규모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 8위다. 연간 설치되는 승강기도 우리보다 앞선 국가는 전 세계에서 중국과 인도뿐이다. 설치규모는 연간 증가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승강기 안전의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인명사고와 고장이 끊이질 않는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우리나라 승강기 실태와 안전의식 수준, 산업생태계 등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승강기는 총 68만3641대다. 세계 8위 수준이다. 매년 설치되는 승강기는 2016년에 4만대를 넘어섰고, 올해 5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승강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모두 국토면적이 넓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승강기를 보유한 국가는 중국이다. 653만2000대를 설치해 운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스페인(106만9328대), 미국(104만2850대), 이탈리아(94만530대), 일본(89만7963대), 독일(81만9884대), 러시아(68만1875대)가 뒤를 이었다.

승강기 보유 및 설치 규모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에 올랐지만 소유자와 관리자, 이용자 등이 보여주는 안전의식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지난해 승강기 4만9807대를 설치했지만 사고나 고장에 따른 119출동건수는 2만7584건에 이른다. 연간설치대수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승강기 고장건수(119출동 기준)는 지난 2016년 2만481건, 2017년 2만4041건, 2018년 2만7584건 등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설치되는 승강기 대수에 비례해 사고나 고장도 늘어나는 셈이다.

과거에 비해 산업규모가 커지고, 안전의식 수준도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세계적 수준에 이르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단기간에 많은 건물이 세워지고 그만큼 승강기도 늘면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나 이용자의 의식개선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승강기 품질을 높이고 사고와 고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리주체, 유지·관리업자, 이용객, 제조업자, 설치업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요구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민간 차원에서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물주 안전의식 제고해야…적정보수료 지급해 저가수주 근절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승강기 소유자의 안전의식 부족이다. 승강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건물주다. 승강기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선 관리주체인 건물주의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더 나아가 건물주의 승강기 유지·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건물주는 보통 유지·관리업체에 승강기를 맡긴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승강기는 최소 15년 이상 운행되는데 그동안 1~2개 업체가 승강기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전국에 800개가 넘는 유지·관리업체가 난립하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68만여대 승강기에 비해 업체수가 너무 많다. 규모도 100대 미만의 승강기를 관리하는 업체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영세하다. 우리나라보다 승강기가 많은 일본(89만여대), 미국(104만여대)과 비교해도 업체수가 3~4배나 많다.

이들 업체는 더 많은 승강기를 보수하기 위해 가격경쟁을 서슴지 않는다. 승강기 1대에 대한 월 유지·관리비가 ‘1원’인 곳도 생겨나는 등 심각성은 도를 넘어섰다. 이러한 저가수주의 이면에는 건물주가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유지·관리업체 한 관계자는 “다른 업체가 더 저렴한 가격을 불렀다며 이보다 더 저렴하게 승강기를 유지·관리할 수 있겠냐고 건물주가 요구하면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저가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부터 저가수주를 지양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건물주가 적정 보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물주는 소유한 승강기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가 있다. 이를 유지·관리업체에 맡긴다 해도 관리·감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건물주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적정 보수료를 지급한다면 업체들의 저가수주 행태는 사라질 수 있다. 저가수주는 부실관리를 유발하고, 사고와 고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이 곧 비용투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승강기 규모는 일본이나 유럽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안전에 비용을 투자하려는 건물주들의 인식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며 “일본이나 유럽은 유지비용이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안전을 위해 기꺼이 지불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지·관리 서비스도 노동력으로 간주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유지·관리업체만 적발하는 것보다 건물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사 유지·관리책임 강화 필요성…고장률 낮춰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또 승강기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유지·관리까지 직접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승강기를 일종의 렌털 상품으로 보고 제품수명이 다할 때까지 제조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승강기를 단순히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최종적인 서비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는 메이저 제조사가 승강기를 판매하고 나면 대부분의 경우 협력사에서 관리를 맡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가수주 경쟁으로 인해 다른 업체에 유지·관리 용역을 빼앗기게 된다. 건물주 입장에선 더 저렴한 가격을 부르는 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지·관리업체가 여러 차례 변경되고 품질보증기간이 끝나게 되면 더 이상 승강기의 완벽한 유지·관리는 어렵게 된다. 저가로 수주한 업체들이 자체점검을 제대로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제조사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조사가 유지·관리까지 책임지게 될 경우 더욱 정교하고, 안정적이고, 튼튼한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고장률을 낮춰야 유지관리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업계 또 다른 전문가는 “일본의 경우 98% 이상이 제조사가 직접 또는 자체 일부 협력사만을 통해 승강기 유지·관리에 나서고 있고, 심지어 홍콩은 제조사가 모든 승강기를 직접 관리한다”며 “이들 국가에선 제조사가 승강기를 잘 만들고, 기종과 모델 특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며 고장률을 극도로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고장률은 유지·관리 인력감소 등 관련 비용을 절감하게 해주고, 이렇게 아낀 비용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데 투자돼 선순환구조를 형성하게 만든다”며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는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성 : 2019년 06월 12일(수) 00:09
게시 : 2019년 06월 14일(금) 09:43


이석희 기자 xixi@electimes.com        이석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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