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 4만원 초반대 형성…양대 조합체제 붕괴 ‘신호탄?!’

22일 한전 폴리머피뢰기 연간단가 입찰이 치러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다.
22일 한전 폴리머피뢰기 연간단가 입찰이 치러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다.

배전용 폴리머피뢰기 입찰에서 사업조합 체제가 붕괴됐다.

처음으로 조합체제가 무너지고 개별경쟁으로 진행되면서 낙찰가는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한전의 예산 감소로 발주량이 줄고, 입찰참가자도 늘자 출혈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전은 지난 22일 ‘리드선 부착형 배전용 폴리머피뢰기’에 대한 연간단가 최저가 일반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앞선 16일 입찰이 참가업체가 없어 유찰되면서 다시 진행됐다.

입찰물량은 약 10만6000여대로 83억원 규모로, 희망수량 최저가 방식으로 치러졌다. 참가업체는 총 19개로, 투찰 결과 각각 4만2020원(부가세 포함)과 4만2130원을 써낸 신영중전기와 동양이이씨가 우선순위협상자로 선정됐다.

낙찰가가 4만원 초반대에 형성되며 전년(약 8만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에는 조합 간 경쟁이었지만 올해는 업체들 간 개별경쟁으로 치러지며 가격경쟁에 돌입한 결과 낙찰가 하락을 초래했다.

그동안 폴리머피뢰기 입찰은 중전기사업협동조합과 전력기기사업협동조합 간 경쟁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한전 물량이 지난해보다 50%가량 줄어들고, 업체 수 또한 30%가량 늘자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입찰 전부터 조합체제의 붕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개별경쟁을 강력하게 원하는 업체가 나타나면서 조합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출혈경쟁에 따른 낙찰가 하락을 불러일으켰다. 조합체제 붕괴가 낙찰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제 전력업계의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일감을 따낸 업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된 셈이다.

낙찰가가 전년 대비 절반이나 떨어지면서 품질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업체로서는 원가절감에 나서야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기술혁신을 이루기 어려운 만큼 품질유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품질을 유지한다 해도 절반이나 떨어진 낙찰가를 보전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구나 하반기 개폐기입찰의 전초전 양상을 띤 이번 입찰이 개별경쟁으로 치러짐으로써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수주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가 더 큰 개폐기입찰이 업체 간 경쟁으로 진행될 경우 수주에 실패한 회사는 기업경영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번 입찰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합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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