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본권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다. 헌법에 제시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하는 권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본권을 에너지의 영역에서 적용하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다.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2005년 형편이 어려워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잠을 자다 화재가 발생해 여중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에너지기본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14년이 지난 현시점까지 눈에 띄는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창간 55주년을 맞이한 전기신문은 에너지기본권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백재현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갑)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기후변화 맞이하는 대한민국 에너지 빈곤 지수 ‘심각’

백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6차에 걸친 ‘에너지와 인권 포럼’ 연속토론회를 개최해왔다. 그는 “에너지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에너지기본권을 도입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학계, 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건설적인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백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는 ▲정의-에너지기본권이란 무엇인가? ▲인권-에너지기본권이 우리 사회에 서기까지 ▲현실-에너지 빈곤층과 에너지복지의 현주소 ▲원인-에너지 빈곤의 원인과 해소방안 ▲방안-실천적 방안으로의 기초에너지 보장 ▲도입-에너지기본권 제정,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주제로 한국에너지재단과 함께 진행됐다.

백 의원은 의정활동 중 특별히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여름철 불볕더위가 극심해지기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온열 환자가 2014년보다 8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였다”고 ‘2018년 폭염’을 회고했다.

이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는 분들의 사연이 눈에 밟혔다”며 “심지어는 냉방기기 자체가 없어 무더운 쪽방에서 하의만 입은 채 부채 하나로 버티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백재현 의원이 ‘에너지와 인권 포럼’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백재현 의원이 ‘에너지와 인권 포럼’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에너지기본권, 복지는 한 부분…소비자·생산자·판매자 권리까지”

백 의원은 에너지기본권을 논의하는 데 있어 복지 개념을 뛰어넘는 포괄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권 차원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에너지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열과 전기이자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재화를 만들어주는 동력”이라며 “기초적인 에너지 사용을 할 수 없다면 음식, 주거, 물, 위생,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에너지 빈곤을 겪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그분들은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면서 “기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고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재화인 에너지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며 “이것이 기본권 차원에서 에너지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복지라는 개념이 기초에너지 보장에 국한하는 ‘사회권적 기본권’이라면서 본인이 보장하고자 하는 에너지기본권은 사회권과 함께 ‘자유권적 기본권’인 소비자·생산자·판매자의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기본권이라고 하면 보통 에너지복지, 기초에너지 보장을 의미했다”면서 “국가가 사회보장 차원에서 에너지라는 공공재가 부족한 국민에게 에너지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권적 기본권 차원에만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동안 에너지 공급자와 에너지 사용자가 분리되는 집중형 에너지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신산업이 발전하면서 에너지 구조가 분산형으로 전환됐다”면서 “태양광 패널을 가정에 설치해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남는 전기를 나의 이웃집에게 판매도 할 수 있고, 어떤 에너지를 구매해서 소비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과거 일방적으로 공급받고 사용했던 것과 다르게 개인이 에너지라는 재화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소비・생산・판매할 수 있게 됐다”면서 “개별 주체들의 에너지에 대한 권리들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재현 의원이 지난해 5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예결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뉴시스)
백재현 의원이 지난해 5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예결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뉴시스)

◆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사회권적 기본권 보장 可”

백 의원은 ‘사회권적 기본권’과 ‘자유권적 기본권’ 사이의 충돌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유권적 기본권을 통해 사회권적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는 소비자, 생산자, 판매자 등으로 구분되지만, 에너지의 경우 필수재기 때문에 사회 취약계층 역시 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에너지 소비자의 권리가 보장된다면 기초에너지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 취약계층을 포함한 국민 전체의 에너지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구체적으로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생산된 에너지를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겠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사회 취약계층의 기초에너지공급 해소와 저효율 에너지원 사용 제로화, 에너지 전환 확대 효과까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권적 기본권’을 에너지 분야에 접목하려는 백 의원의 아이디어는 2015년 EU(유럽연합)에서 발표한 ‘EU 에너지 소비자 권리’에서 나왔다는 전언이다.

백 의원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관련 법률은 에너지 관련 주체를 ‘공급자’와 ‘사용자’로 분리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에너지 ‘사용자’가 아닌 ‘소비자’로 명칭하고 있다. ‘사용자’는 재화를 구매하는 행위가 빠져 있는 개념이다. 반면 ‘소비자’의 경우 재화를 구매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백 의원은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2005년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국회에서 에너지기본권 보장을 위해 많은 국회의원이 입법안을 마련했지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기본권 차원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독자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