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첫날 WTI·브렌트유 등 동반 하락…세계銀 “올해 국제유가 상승 글쎄”

우려했던 국제유가 폭등 현상은 일단 일어나지 않았다. 전망도 낙관적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여파가 현재로서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본격적으로 봉쇄한 첫날인 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이날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국을 제한적으로 인정한 조치마저 중단한 날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8%(1.79달러) 내린 61.8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배럴당 2.3%(1.67달러) 하락한 70.51달러에 거래됐다. 오히려 브렌트유는 한때 장중 7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이란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기우에 그쳤다.

이는 이란의 대안 국가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산 원유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전망 덕택에 국제유가는 내려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러시아 RI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원유 재고량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이란의 원유 공급량을 대체해 시장의 수요를 맞출 준비가 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을 제재하는 미국 또한 석유 재고가 넘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는 약 993만배럴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 수치인 90만배럴을 크게 10배 이상 넘는다.

미래 전망도 현재와 다르지 않다. 세계은행이 올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5일 세계은행의 반기 보고서인 ‘원자재시장전망(Commodity Markets Outlook)’에 따르면 원유 가격의 평균은 올해 배럴당 66달러, 내년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형성된다. 오히려 현재 유가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예상보다 약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돼 원유 수요 또한 증가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세계은행은 “지난해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은행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지만, 국제유가 전망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이 지목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란 경제 제재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중국, 터키 등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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