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자체가 국가 혁신 주력사업”
에너지신산업・에너지서비스 등 유망한 비즈니스모델 창출 가능

“저는 전력산업을 보는 관점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전력산업은 주로 장치산업, 중전기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로 여겨졌지만, 이젠 전력산업 자체가 국가 혁신 주력 사업이 될 수 있는 때죠.”

관점을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력공학과 교수는 전력산업이 다른 기간산업의 ‘보호자’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다. 에너지신산업, 에너지서비스 등 전력산업에서도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국내 기업의 RE100 달성을 위한 ‘기업 PPA 제도 신설’이나 ‘에너지 믹스 변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달성’ 등과 관련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젠 정보통신기술(ICT)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채워나갈 때입니다. 특히 시스템에 대한 물리적 이해 뿐 아니라 ICT, 경제적 관점, 제도에 대한 이해를 겸비한 인력을 길러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민간이 뛰어들 수 있는 장이 필요하고요.”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관련 IT 스타트업을 꼽아도 다섯 손가락을 넘기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빈약한 기업 생태계의 현실을 짚었다. 이 같은 관점은 자연스럽게 현 전력 시장의 구조 문제로 옮겨간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전력 시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사실 전력 ‘시장’이란 말을 쓰려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해요. 어떤 산업이든 발전하려면 민간이 뛰어들어 풍부한 자본이 보장되고 적절한 경쟁이 있어야죠.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고, 가격 시그널이 시대 흐름에 맞게 해야 합니다. 현재로선 제도, 관료, 정치 등에 의해서 가격 시그널이 작동하지 않아요.”

한전이 유일한 전력 매입(싱글 바이어) 역할을 하는 이상 시장이 다양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최근 ‘환경성’이 에너지정책에서 요구되는 만큼 환경성을 강력한 제약 조건으로 설정해 전력산업의 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초반엔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해 민간 영역이 여기에 뛰어들게 하고 이와 관련한 재생에너지 제어, 운영 기술, 선진제도 등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예측기술, 에너지서비스 등 시장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죠. 또 현재 기술과 운영제도 수준으론 재생에너지가 타 에너지원의 완벽한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처럼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모든 발전원의 비중을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에너지안보, 경제성, 환경성을 모두 고려할 때 특정 발전원에 의존하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현실적으로 위험해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적절한 에너지믹스는 원전, 석탄, LNG, 재생에너지가 골고루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2030년 온실가스 추가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발전 비중을 역산했다. 원전은 23.7%, 석탄은 16.6%, LNG 38.6% 정도다. 김 교수는 “LNG의 경우 수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30% 이하 선으로 줄이고 그 부분은 재생에너지 초과 연계, 수요관리, 에너지효율개선,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메꾼다면 균형적인 믹스체계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어떤 문제보다 시급한 실체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0년 뒤에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운영 기술과 시장 제도 등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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