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성 전북대 독서문화연구소 간사, 문헌정보학 박사
한만성 전북대 독서문화연구소 간사, 문헌정보학 박사

[장자] ‘외편’과‘잡편’의 새로운 번역본이 최근에 나왔다. 고전 애호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장자는 물고기 우화를 책 곳곳에 남기고 있다. 내게는 수레길에 던져진 붕어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다.

장자가 집이 가난해 권력자에게 곡식을 구걸하니, 나중에 마을에서 돈을 거두고 나서 삼백 금을 빌려주겠노라는 대답을 듣는다. 발끈한 장자가 노기를 띤 채 권력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략 다음과 같다.

“내가 길 가던 중에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수레바퀴가 패인 우묵한 곳에 붕어가 파닥거리고 있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어요. 붕어가 답하길, 자신은 동해 용왕의 신하인데 어찌 한 바가지 물로 나를 살릴 생각을 하지 않느냐더군요. 그래서 내가 잠깐만 기다리면 남쪽 오월(吳越)국 격서강 물속으로 살려주겠다 하니, 붕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위기에 처해 한 바가지 물만 부어주면 살 수 있소. 당신이 그리 얘기하는 것은 나를 건어물점에서 찾겠다는 말과 다름없소이다’라구요……”

연일 숨 막히는 미세먼지 속에서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신재생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깨끗한 환경은 멀고 먼 미래의 장밋빛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가 오염 저감장치를 달고 경유차들이 운행을 중단해 먼지가 줄어들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미세먼지와 탈원전이 관련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취지의 언론 보도는 연쇄효과를 무시했거나 이념에 치우친 논리를 따른 것처럼 보인다.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줄인 만큼의 에너지를 화력발전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 아닌가. 우리나라 화력발전소 53기 가운데 26기가 몰려 있는 충청남도를 중심으로 서쪽 지역 대기의 질이 유독 나쁜 것을 중국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연구자 이전에 교육자로서, 경상북도 울진의 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이 눈에 밟힌다. 대학도 포기한 채 원자력 산업 일꾼이라는 소박한 꿈을 가졌던 청년들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취업 문이 불투명해지자 길가에 내던져진 물고기와 같은 심정으로 손글씨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냈다. 아이를 낳게 하기는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낳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길러내는 일은 중요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쉬어 보인다. 일자리 새로 만들기와 충분히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유지하기의 관계도 이와 같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