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LED조명산업에선 얼라이언스된 업체만 생존 가능”

글로벌 시장 스마트조명으로 전환, 韓도 충분히 승산 있어
LED산업포럼, 얼라이언스 구성 위한 ‘마중물’ 역할 하겠다

“LED조명은 분명 될 만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방향이 틀렸습니다. 앞으로 LED조명산업에서는 얼라이언스(alliance, 연합체)된 기업들만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얼라이언스를 LED산업포럼을 중심으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지난 3월 LED산업포럼의 새 위원장으로 뽑힌 류재만 정호그룹 회장은 LED조명산업의 성장잠재력을 기업 간 융합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라스베가스 조명박람회 2017(LFI 2017)’ 자료를 봐도 실내조명은 값싼 중국제품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승산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천장조명이나 가로등·보안등은 아직 중국과 경쟁이 가능하고, 비등기구 분야에서는 스마트조명이 대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류재만 위원장은 그동안 스마트조명(커넥티드 라이팅) 솔루션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얼라이언스 체제로 시장구조를 바꿔야 한국 기업들도 승산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즉 한국산이든, 중국산이든 품질이 담보되면서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는 등기구에 한국의 제어·센싱 기술을 접목한 ‘메이드 인 코리아 솔루션’을 개발, 세계 시장에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LED산업포럼에서도 몇 차례 이런 내용을 직접 발표하면서 ‘그런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활동을 포럼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그럼 자동제어 솔루션을 보유한 류 회장이 차기 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라는 얘기가 나와 그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LED산업포럼은 지난 2011년 LED조명을 녹색성장을 위한 대표적 아이템으로 제시한 이명박 정권 당시 출범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의 비영리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것은 2016년이다.

그때 포럼은 대외위상을 높이기 위해 초대 사단법인 위원장으로 이상희 전 과기부장관을 선임했고, 최근 LED조명산업이 스마트조명 분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민간의 류재만 회장을 차기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현재 LED산업포럼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순수 비영리 단체입니다. 회원사는 200여개인데, 회비를 납부하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곳은 50~60개 정도입니다. 앞으로 포럼이 더욱 활동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조명업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뀄다.

국내 LED조명산업은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류 위원장은 말했다.

시장 흐름을 먼저 읽고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전통조명 업체들은 새로운 광원으로 LED조명이 대두됐을 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에 미온적이었습니다. 일단 기존의 전통조명을 팔면서 시장 변화를 한번 보자는 계산이었죠. 만약 그때 서둘러 대응했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 겁니다.”

류 위원장은 그러나 중국산이 점령한 조명산업에서 3~4년 전부터 시장의 룰이 바뀌는 시그널이 목격됐다고 했다.

LED조명 시장이 단품 위주에서 커넥티드 조명 등으로 불리는 스마트조명 분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조명은 LED조명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고, 계절, 환경 등에 따라 색온도·밝기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통신기술을 통해 외부에서도 실내의 LED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 조명시장 환경이 이렇게 변화한다면 한국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류 위원장은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비교해 광원을 값싸게 공급할 수는 없지만 ICT기술과 센서, 통신기술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조명시장도 정리될 업체는 다 정리가 됐습니다. 살아남은 업체는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겁니다. 하지만 얼라이언스된 업체들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조명에 대한 표준을 정립하고, 그 표준에 맞춰 얼라이언스된 업체들이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한다면 싸구려 중국산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 역할을 LED산업포럼이 할 생각입니다.”

▲방향은 ‘얼라이언스’다

“3년 임기 동안 LED산업포럼에서는 국내에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가진 학교, 연구기관, 기업들을 모아 독창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플레이어 각자가 어떤 기술, 제품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남이 이미 만든 물건을 또 다시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류 위원장은 한국산이든, 중국산이든 잘 만든 제품을 수급해 한국의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뒤 ‘메이드 인 코리아’로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전략적 구조를 포럼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국내 LED조명 전시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시회의 목적은 ‘전시’가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인데, 현재 한국의 LED조명 전시회는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LED조명 전시회는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순수 민간에서 하는 전시회는 ‘국제 LED & OLED EXPO’가 유일합니다. 독일, 미국, 중국 광저우 등 글로벌 조명전시회 모두 민간에서 진행합니다. 국내 LED조명 전시회도 ‘국제 LED & OLED EXPO’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게 맞습니다.”

류 위원장은 정부·지자체 지원을 받는 전시회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부가 중심을 잡고 국내 LED조명산업의 전시회 활성화를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LED조명업계에 실망하신 사장님들이 많은 줄 압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계속됐던 불합리한 일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깨야 조명산업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LED산업포럼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업계에 계신 분들도 우리를 성원해 주시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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