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구체적 관심 표명, 업계 안팎 촉각

국내 전기산업 역사상 최대 M&A(인수합병) 매물인 대한전선의 경영권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매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통신 케이블업체 A사가 대한전선 인수에 구체적인 관심을 표하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적지 않은 금액을 제시했고 인수 의향이 담긴 문서도 전달하는 등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중국 매각을 우려하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 당국도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자본이 대한전선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500kV급 초고압케이블·접속재 기술 습득 ▲글로벌 사업 경험 ▲국내 경쟁사 견제 등을 꼽는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일부 500kV급 초고압 케이블 개발 시험에 성공했지만 상품화할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부침이 있고, 접속재 기술을 함께 보유한 전선업체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기술 습득이 인수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한전선의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해 해외시장 진출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저가 브랜드 이미지와 자국으로 국한된 빈약한 사업 경험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대한전선은 세계 20위권의 전선업체로 중동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만큼 중국 업체의 해외진출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가 세계 3위인 LS전선 등 국내 경쟁사들을 견제하는 등 중장기적 영업전략의 일환으로 인수에 적극성을 띨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반면 여전히 ‘중국 매각설’은 신빙성이 낮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국내 A사 관계자는 “중국이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대한전선 현재 몸값이 1조원에 육박하는데 영업이익은 500억원 정도다. 현 상황으로는 투자회수 기간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중국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선 산업 자체가 원자재 비중이 높아 외형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고 제품 수명도 짧지 않아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선업계는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 자본 유입에 따라 시장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국내 M&A시장은 쌍용차 사태를 비롯해 ‘기술 먹튀’ 논란 등으로 중국 매각 이미지가 좋지 않은 사실”이라며 “전선업계는 현재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격경쟁력이 한계상황에 와있는 상황인데, (대한전선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추후 중국 전선업체가 국내에 진출할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의 중국산 전선이 유입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더욱 악화돼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시각도 많다.

한편 대한전선은 2015년 7월 국내 사모펀드 IMM PE에 매각됐다. IMM PE는 현재 대한전선 지분의 67.1%를 보유하고 있고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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